과학기술노조 산업기술평가원지부가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에 돌입한 지 320여일만이다. 하지만 그동안 지부 파업돌입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내부고발자 보호 등 회사의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시스템 확립과 관련해서는 합의를 하지 못했다.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산업기술평가원은 20일 오후에 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공식 업무복귀는 오는 26일께가 될 예정이다. 산기평은 2003년 일부 연구원들이 평가원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뒤 해고되면서 분란을 겪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산기평이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지부는 이에 반발하면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에 체결한 협약에서 노사는 △노조 전임자 주당 2일 유급 인정 △임금·복지·근로조건에 관한 제규정 변경 때 노조와 합의 등 조항에 합의했다. 하지만 단체협약과 함께 파업에 돌입하게 만든 원인 가운데 또 다른 축인 내부고발자 문제는 의견 접근을 보지 못했다. 지부는 단협 조항에 ‘사회적 책무’ 관련 조항을 넣으려고 했지만 회사측에서 거부하고 나선 것.

애초 단체협약 체결과 함께 지부는 5대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5대 요구는 △2003년 내부고발자 해임을 주도했던 책임자 처벌 △윤리경영위원회 설립 △어용노조에 설립에 따른 손해 원상회복 △내부고발자 휴업명령에 따른 불이익 회복 △내부고발자 명예회복 등이다.

노조 설립에 따른 손해는 지난 2004년 산기평지부에 반대하는 노조가 설립되면서 사무실을 뺏기는 등 손실을 의미한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서 노조 설립무효 판결을 받은 뒤 올해 4월 고법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지부 배성환 사무국장은 “한번에 모든 것을 얻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면서도 “지금까지 한명의 이탈도 없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고발자 보호 등 회사의 투명·공정 경영시스템과 관련한 합의를 하지 못했고 법적 분쟁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라며 “1월까지 숨고르기를 하고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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