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을 벌인지 300일을 향해 치닫고 있는 KTX 승무원들에게 학계, 시민, 종교, 법조, 노동 등 각계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2,800명이 넘는 지지자가 KTX 승무원들과 함께 성명서를 발표했다. KTX 승무원들은 이철 사장 퇴진 운동을 본격화했다.

19일 철도노조 KTX승무지부는 ‘KTX 승무원의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2,800인 선언’을 발표했다. 애초 2,000명을 목표로 시작한 이 선언에는 18일 2,5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 2,820명 가량이 동참하고 나섰다. 이들 2,800여명은 ‘KTX 승무원 문제의 연내 해결을 촉구하는 각계각층 연대 선언문’(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이철 사장이 문제 해결을 계속 거부한다면 먼저 퇴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철도공사 이철 사장은 민주화 전력을 훈장처럼 달고 있지만 가슴에 달고 다니는 훈장이 노동자의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는 잘못을 가리는 허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철 사장이 강조하는 원칙은 공기업의 경영효율성이나 공공성 강화가 아니라 정치인 이철의 입지 강화”라며 “공기업인 철도공사의 사장으로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합리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며 “이철 사장이 끝내 문제해결을 거부한다면 도처에서 터져 나오는 퇴진요구를 듣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예총 중앙, 민족작가회의 등 20여개의 문화예술단체들도 이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파업투쟁 300일은 사회초년생 여성노동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다”며 “집회, 항의방문, 문화제, 기자회견, 거리행진, 단식, 삭발, 점거농성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KTX 승무원들을 위로했다. 이들은 “정당하고 소박한 요구와 희망을 왜곡하고 억지부리며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한명숙 국무총리, 노동부 등 수많은 권력자들의 행태를 목도했다”며 “한국사회에서 정권과 자본의 놀음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투쟁이기에 KTX 승무원들의 정의로운 깃발이 내려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선언대회가 끝난 뒤 청와대까지 행진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경찰이 막고 나서면서 행진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여러분이 전태일"
이소선 여사, KTX승무원들에게 편지글 보내
이날 선언대회에는 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의 편지글이 보내져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소선 여사는 “몸이 좋지 않아 집회에 오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며 “여러분이 태일이고, 태일이도 KTX 승무원 곁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편지글 전문.


농성하시는 승무원 여러분 전태일 엄마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싸우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벌써 300일이 되었다니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건강이 좋지 못해 한번 찾아가지 못해 늘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300일이나 싸워왔으니 여기서 힘이 든다고 물러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서 하나로 똘똘 뭉쳐 승리할 때까지 힘내세요. 이제껏 고생하셨으니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몸이 좋지 않아 가지 못하는 게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스럽지만 전태일 엄마 마음은 늘 KTX 승무원 옆에 있습니다. 굶지 말고, 감기 걸리지 말고 몸상하지 말고 건강하게 하나 되어 끝까지 싸워주세요. 여러분이 전태일이고, 태일이도 KTX 승무원 곁에서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2006년 12월19일 전태일 엄마 이소선.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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