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산하 사업장에서 3급 이상의 관리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잇달아 결성하고 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관리직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고용에 대한 상시적인 불안감 때문이라는 게 금융노조 안팎의 분석이다.

아직까지 해당 지부에서는 관리직 노조의 결성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노조에서는 교섭창구의 문제 등 관리직 노조가 가져 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은행 관리직 노조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돌입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김동만 금융노조 위원장도 최근 관리직 노조에 대한 언급을 늘리고 있다. 금융노조는 관리직 노동자의 조직화 흐름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향후 어떤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지 김재현 금융노조 조직본부장<사진>으로부터 들어본다.

- 관리직 노조 결성 현황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우리은행에서 3급 이상(부점장급) 10여명이 지난 6월24일 노조를 결성하고 한국노총 연합노련에 가입했다. 외환은행에 이어 최근엔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서 관리직 노조가 잇달아 결성됐다. 농협중앙회에서도 관리직들의 조직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경우 관리직 노조 결성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 관리직 노조 결성 배경은 어떻게 진단하나.

“우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관리직들이 노동자라는 의식을 획득한 점을 언급해야 된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이 구조조정을 집중적으로 당했으며, 실제 당시 인원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이 관리직들이었다. 이에 따라 관리직들이 노동자 의식을 자각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구조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당수의 관리직들에게 사용자들은 후선배치 발령을 내리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 이것도 노조 결성의 한 원인이다.

또 다른 배경은 현재 관리직들은 금융노조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규약 상으로는 ‘금융산업 종사자’로 가입 범위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가입하는데 제한은 없다. 그러나 실제 각 지부 규정을 보면 대다수 지부가 관리직원들을 조합원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따라서 관리직들은 사실상 노동조건의 핵심인 고용안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 관리직 노조 결성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관리직 노조가 확산될 경우 금융노조의 대표성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규직 중심의 금융노조 조합원은 8만여 명이다. 금융노조 지부가 결성돼 있는 37개 기업 노조가입 대상 노동자의 59%만이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노조도 현재 조직화에 박차를 가해야 되는 상황에서 관리직 노조가 별도로 결성되는 흐름은 금융노조의 대표성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 금융노조에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우선 각 지부가 대의원대회를 통해 관리직 노동자들이 지부에 직가입할 수 있도록 내부운용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각 지부 규정을 바꿔 관리직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라고 판단된다. 내년 금융노조 조직사업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관리직 노동자의 조직화다. 이를 위해 금융노조에서는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각 지부에서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 관리직 노동자가 금융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경우 예상되는 변화는.

“우선 우려되는 것부터 언급하겠다. 각 지부 선거 또는 금융노조 임원 선거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관리직 조합원들이 선거에 직접 임원으로 참여하면서 기존 조합원들과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승진과 고용 등 핵심 노동조건과 관련해 관리직원과 일반직원 간에 의견이 충돌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일어날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똑같은 조합원이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가 만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노조에서 대처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반면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조직률 향상으로 금융노조의 대표성과 교섭력이 배가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부당한 업무지시 등이 감소하고 노동강도 완화, 시간외근무 축소, 무엇보다 고용안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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