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이 차수를 거듭할수록 전기와 가스 시장 개방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전기공노조(위원장 최삼태)가 앞으로 반대투쟁단에 조직적으로 결합하는 등 총력투쟁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일 미국에서 끝난 한미FTA 5차 협상에서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통신, 온라인 비디오, 방송과 함께 전기, 가스 시장도 더 열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밝히고, 구체적으로 한전 자회사가 맡고 있는 발전 정비, 수리, 설계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서 언급된 발전설비 정비와 수리를 맡고 있는 한전 자회사가 바로 한전기공. 4차 협상까지는 다른 현안에 가려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던 발전과 가스 등 에너지 분야 정비유지, 설계부문 개방요구가 5차 협상에서 구체화됨에 따라 내년 1월 한국에서 열리는 6차 협상을 앞두고 노조가 적극적인 대응에 돌입한 것이다.

노조는 “국내 발전설비 제작, 정비부문이 미국에 비해 현격히 취약한 상태에서 시장을 개방하면 기술과 자본력이 월등한 GE 등 미국 설비제작사에 의해 급격한 시장 장악과 기술종속이 발생해 국가적 폐해가 심각할 것”이라며 “이윤추구에 따른 진입과 철수가 반복되고 정비주체의 잦은 변경에 따른 설비불안정과 이를 이용한 제작사의 정비가격 횡포는 고스란히 발전원가 상승과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내년 1월15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6차 협상부터 반대투쟁단에 조직적으로 결합하고,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와 연대해 정부와 국회에 전방위적인 지원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이미 지난달 30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내년 핵심 투쟁사업으로 ‘한미FTA 협상 전력설비 정비유지 개방 반대투쟁’을 배치한 바 있다.

한편, 한국노총도 14일 성명서를 발표해 한전기공노조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발전정비 영역이 개방되면 미국 자본은 우월한 기술력과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낮은 가격으로 정비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단시간에 국내 발전정비 영역을 장악하게 되고 국가적 발전정비 체계는 여지없이 무너질 것”이라며 “사안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의 일부 협상 당사자들은 발전정비 영역이 공공서비스와 무관하다고 발언하는 등 저급한 수준의 인식을 드러내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노총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발전정비시스템이 미국자본과 기술에 붕괴되고 종속될 때 그 이후 닥쳐올 국민부담과 국가적 재앙을 심각하게 숙고할 것”을 경고하며 “발전정비 영역에 대한 개방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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