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11일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노사관계로드맵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진행되는 조준호 위원장의 단식농성은, 지난 달 15일 경고파업으로 시작한 한달여간의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준호 위원장은 “새로운 투쟁을 다시 조직하고 법안 통과에 대한 강력한 항의 차원”이라며 단식농성 돌입 이유를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한달여간의 투쟁에 대해 “금속연맹 중심의 파업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파업 조직에 최선을 다해준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8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사관계로드맵 법안에 대해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원내 투쟁으로 조금 변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로드맵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상황은 가정하지 않겠다”면서 “내년에도 투쟁을 이어가기 위해 완강한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준호 위원장은 내년 1월26일로 일단 확정된 뒤 자신에게 최종 위임된 차기지도부 선거일정에 대해 “투쟁이 끝나면 판단할 것이고, 국회일정이 끝난다고 해서 전체 투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성급한 선거논의를 경계했다.

- 지난 달 15일부터 시작해 총 9번의 총파업을 벌였다.

“비정규직법안이나, 노사로드맵, 한미FTA 등을 핵심쟁점으로 파업을 선언하는 지도부들도 어려웠지만, 그것을 성실히 집행해 준 조합원 동지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현장이 대단히 어려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참여해 줬고, 파업이 안되면 집회 등 다양한 형태로 조직했고 긍정적이었다.

긍정적이라는 것은 많은 언론이 폄하하려고 했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을 보면 우리 투쟁이 무력한 투쟁은 분명히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자랑스럽다.”

- 금속연맹 중심의 파업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에서도 제조업이 파업을 많이 주도한다. 파급력 있는 운수나 철도, 이런 부분들이 파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자기 조직 요구와 결합해서 투쟁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화물연대는 봄부터 준비를 해 시기를 맞춰서 돌입했고 전교조는 연가투쟁에 복무했다. 제조업 중심의 파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도 간부파업과 삭발 투쟁 등 다양한 형태의 투쟁을 벌였고 각 연맹들이 가능한 투쟁에 함께 했다. 금속연맹만이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금속동지들이 투쟁지침을 가장 성실하게 수행했고 선봉에 섰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달수 없다.”

- 최초의 노농연대 투쟁이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는데.

“역사적인 의의를 가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농민단체 쪽에서 적극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투쟁해 왔는데도 농민들의 투쟁은 고립돼왔고 승리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한미FTA와 관련해 농업뿐 아니라 의약품, 자동차 등 뭐 여러 분야와 함게 투쟁하면서 그 수위를 높여줬다. 민중투쟁 가능성들을 높아졌다. 승리적 분위기가 내부에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전국적으로 농민과 함께 투쟁하면서 성과들이 있어서 자긍심들이 높다. 지역에서 민중들과 함께 투쟁한 것들에 대한 긍지와 그 성과들은 운동에서 큰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다.”

- 지난 8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사관계로드맵 법안을 보면 정부안에서 필수공익사업장 문제 일부만 수정한 채 통과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노총은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법안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고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 냈다. 로드맵 관련해서도 정리해고 확산법이고 파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정부나 사용자, 정치권 등도 이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도 문제점들을 미봉해 눈 가리기 식으로 처리한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조금 변한 것은 국회 안에서 의회투쟁을 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역할들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본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미봉책에 불과한 것들이 통과됐다.”

- 대중조직과 당의 역할을 분리하고, 민주노동당의 유연한 원내 전술을 보장하되 민주노총 지도부와 공동책임진다는 원칙이 잘 적용된 것인가.

“당과 대중조직은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은 당대로 소신껏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조직은 투쟁에 최선을 다하고 의회에서 당이 최선을 다한 전술에 공동의 책임을 지자는 원칙이다. 대중조직으로서는 원칙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정당이나 의회에서는 현실을 많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방침이다.

비정규직법안과 관련해서는 이런 원칙들이 잘 조정되지 않았다. 이후 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는 좀더 분명한 역할로 서로를 침해하지 않는 가운데 원활한 소통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서로가 힘이 되고 기반이 되는 관계가 돼야 한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좀 달랐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서로 한계에 봉착했다. 서로 동의할 수 없는 안이 나오면서 의미가 없었다. 당으로서도 역할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는 말이다. 민주노총도 열린우리당 쪽에서 제안한 내용이 절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투쟁 전술에서 단식농성은 마지막 카드인데.

“단식농성은 대개 더 투쟁할 수 없을 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단식투쟁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내일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시작해 본회의 등 일주일간 본격적인 국회일정이 또 시작된다. 우리의 마지막 투쟁들을 아래로부터 다시 조직하고 연맹단위별로 투쟁을 시작한다. 내부의 투쟁을 조직하는 의미다. 또 하나는 워낙 말도 안되는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 법안을 통과시켜서 강력히 항의할 필요성을 느꼈다. 강력한 항의와 규탄투쟁의 의미도 있다.”

- 지금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법사위나 본회의에서 저지할 여지가 있나. 만약 전체회의마저 통과한다면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당연히 저지할 수 있다고 보고 열심히 투쟁해야 한다. 전체 대중들이 단결하면 이길 수 있다. 또한 법안이라는 게 한해로 마무리되는 게 아니다. 내년에도 그 법안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미흡한 것을 보완하기 위한 투쟁해야 한다. 이번 투쟁은 완강성과 스스로 단결력을 확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후 투쟁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저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투쟁하면 승리할 것이다. 미흡하더라도 완강성과 단결을 확보했다면 이후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의의가 있다. 지금 15일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본회의에서 통과할 것이라는 가설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이번 싸움은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 1월26일 선거 일정을 확정했지만, 투쟁을 감안해 시기는 위원장에게 최종 위임됐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투쟁이 끝나면 판단할 것이다. 법안 투쟁이 일단락되고 국회일정이 끝난다고 해서 전체 투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망치를 때려도 투쟁의 강도나 열기가 이어지면 계속 (투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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