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장 김종인)가 닷새만에 파업을 중단하고 5일 오후 현장 업무에 복귀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 ‘화물연대가 비난 여론에 못 이겨 성과 없이 백기투항했다’는 기사들로 지면을 할애했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평가는 180도 다르다. 본조 간부들은 물론 일선의 조합원들도 “파업하길 잘했다”는 공통된 방응을 보이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 “운임제도 바꿔야겠네” 공감대 확산 =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고비로 예상됐던 지난 5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건설교통부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운임제도 개선을 위한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사항인 표준요율제와 주선료상한제 도입에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는 건교부에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내라”는 여야 의원들의 주문이 이어진 것. 그 결과 국회는 건교부에 “화물차 수급조절과 운임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을 내년 2월까지 제시하라”는 중재안을 내기에 이르렀고, 정부가 이같은 제안이 받아들였다.

비틀어 보면, 결론 없이 국회 논의 기한을 연장한 것에 불과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특정 업체가 아닌 국회를 상대로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어내고, 정부로부터 ‘대안을 만들겠다’는 대답을 도출해낸 것”이라며 “특히 운임제도와 관련해 2004년 이후 단절되다시피 했던 정부와의 대화채널을 재가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를 상대로 투쟁을 전개하면서, 단번에 ‘예’, ‘아니오’라는 대답을 도출해내기는 어렵다는 데 조합원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파업 자체가 국회 일정에 맞춘 ‘시한부 파업’ 성격으로 시작됐고, 최소한 2월까지 길게 보고 투쟁해야 한다는 부분에 조직적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의 대화 채널이 재가동된다고 해서, 표준요율제와 주선료상한제의 도입 여부를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최저임금’ 성격의 표준요율제 도입에 대해 국회 전문위원들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화물운송운임이 덤핑수준으로 하락함으로써 화물차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어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차원의 정부정책은 부재하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시장 질서에 의해 결정돼야 할 운임을 정부가 개입해 기준을 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정부와 건교위 소속 의원 대부분의 생각이다. 주선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알선료를 총 운송계약가의 5% 이하로 제한하자는 주선료상한제 역시, 주선업체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있다.

화물연대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화물운송노동자들의 한달 순수입(유가 보조금 제외)은 평균 60만6천원에 불과한 상황. 화물연대 관계자는 “이번 파업 동안 화물노동자들의 운임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국회의 공감대를 얻어냈다”며 “1~2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정부와의 대화에서 화물차 수급조절책이 포함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하며, 논의가 지지부진 할 경우 정부를 압박하는 투쟁에 다시 돌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화물연대가 파업 못한다고?” 파급력 과시 = 화물연대가 파업 돌입을 공식화 하자 정부는 “화물연대는 파업에 돌입할 수 없다"면서 "돌입하더라도 물류차질을 빚을 만큼 파급력을 갖지는 못할 것이다”라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닷새간 진행된 이번 파업기간 동안 부산항과 의왕컨테이너기지의 운송량이 평소보다 50~60%가량 줄어드는 등 물류차질이 현실화됐다. 화물연대의 한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놀랄 정도로 물동량이 잡혔다”며 “이번 파업으로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고, 새로 노조에 가입하는 조합원도 많았다”고 말했다.

파업 중단 결정 이후 대부분 조합원이 신속하게 업무에 복귀한 점도 이전 파업과 달라진 모습이다. 또 ‘국회 압박 투쟁’이라는 전술을 구사하며 국회 건교위 소속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측과 화물연대의 요구안을 담은 법안을 제출하고, 상호 공조를 통해 이를 건교위 핵심의제로 이끌어낸 점도 이전과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그런가 하면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은 16일 운수노조 출범을 앞두고, ‘운수공동투쟁’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파업 나흘째인 지난 4일 철도노조는 “노조와 합의 없는 화물연차 추가 편성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화물연대의 파업 중단 결정으로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국회를 상대로 벌인 첫번째 파업에서, 오히려 조직력이 정비되는 등 긍정적 요소가 발견됐다”며 “악의적인 언론보도 등으로 적잖이 상처를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파업하길 잘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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