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한나라당 간담회는 양 조직의 많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였음에도 결과만 놓고 보면 예상보다 뚜렷한 성과는 남기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노사관계 로드맵, 노사발전재단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서로 확인했다는 게 성과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오가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사전에 구체적 내용을 협의할 것을 요청했지만 한나라당은 현 당대표의 첫 방문인 만큼 사전조율 없이 자유롭게 논의하자는 뜻을 밝혀 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한나라당은 한때 부자정당, 웰빙정당이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노동 분야에서 노동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을 구성하고 있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한국노총에서 위원을 추천해 달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사실상 지난 9월 신설된 한나라당 노동특위에 한국노총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이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노동계를 어떤 식으로든 붙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요 노동현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음에도 ‘주목할 만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도 없이 당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간담회에 참석한 것은 이같이 한국노총에 보내는 ‘러브 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노총 역시 비정규 법안 처리과정에서 여야정당의 정쟁에 휘둘렸던 기억이 있는 만큼 대선을 앞두고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노총은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간담회도 조만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날 강 대표의 제안에 대해 한국노총은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식적인 요청이 있었던 만큼 이에 크게 반대할 이유도 없는 상태다. 이미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에도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한국노총은 향후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정치방침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제한 뒤, “현재까지는 한국노총의 뜻을 지지하는 정당이라면 어떤 정당과도 다양한 연대를 모색해 나갈 수도 있다”고 이같은 뜻을 전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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