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택시운전 경력만 20년째라는 서강봉(53)씨는 매달 14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8년전 회사가 사납금제를 고수하던 당시 75만원 받던 데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고등학생과 대학생인 아들 둘과 부인까지 네 식구가 먹고살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란 금액이라고. 그나마 지금 받는 140여만원도, 기본급은 75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개 연장근로수당이다. 서씨는 택시 교대시간인 새벽4시 출근해 낮 교대시간인 오후4시까지 하루 12시간 운전대를 잡는다.

“그나마 우리 회사는 노조가 힘이 있어서 월급제(전액관리제)를 도입했지만, 서울시내 대부분 택시회사가 여전히 불법 사납금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탈루, 탈세가 가능해 사업주 입장에선 그게 남는 장사거든요.”

서씨는 불법 도급택시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한다. “택시운전 자격도 없는 사람이 택시 한 대를 불하받아, 도급비는 물론이고 가스비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하니, 한푼이라도 더 벌려면 난폭운전이 대수인가요?”

올해로 택시운전 10년째라는 오삼국(50)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오씨가 근무하는 회사 운전기사의 40%는 월급제로, 나머지 60%는 사납금제나 1인1차제로 일하고 있다. 월급제 노동자와 사납금제 노동자의 월급차이는 약 20여만원. 오씨는 “신용불량자처럼 사업주에 약점을 잡힌 기사들이 주로 사납금제로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동안 운전대를 잡았는데, 월급은 제자리입니다. 기름값도 뛰고, 물가도 뛰는데, 운전기사들 월급만 그대로죠. 주변 동료들 보면 열명 중 4명은 결혼을 못했어요. 이 돈 벌어 내입에 풀칠하기도 복찬데, 가정을 꾸릴 엄두가 나나요 어디?”

4일 오후 국회 앞에는 서씨와 오씨 같은 택시노동자 2천여명이 모여들었다. 민주택시연맹(위원장 구수영) 소속 조합원인 이들은 “죽지 못해 운전대를 잡고 있다”며 “차라리 국회 앞에 차를 세우고 불이라도 지르자는 심정으로 나왔다”고 토로했다.

 
 
민주택시연맹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하루 앞둔 이날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택시노동자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연맹은 “△유류비 등 운송비용 전액 지급 △도급택시 처벌기준 신설 △일반택시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부당사용 처벌 △일반택시 운수종사자 교대운전 의무화(1인1차제 근절) 등 택시 제도 개선안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2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며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구수영 연맹 위원장은 “정부 정책 없이 택시산업이 표류하고 있다”며 “국회는 택시제도 개혁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정부는 종합적인 택시제도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택시 1천여대를 동원, 여의도 서울교를 점거하는 차량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연맹은 “정부와 국회가 택시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를 계속 외면한다면, 서울 도심의 차량 운행을 마비시키는 강도 높은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5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