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0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개악법을 전격 날치기 통과 시켰다. 사학법과 전효숙 헌재소장 인준에서는 당의 사활을 걸고 다투다가도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가 달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하여는 합심해 통과시킴으로써 자본가 정당들의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자본주의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채근담>에 천기(?機)라는 말이 있다. 이는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헤엄을 못치고, 새는 바람이 없이는 날지 못하듯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는 자본을 중심으로 세계가 움직인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자본의 공세를 총체적 시각으로 깊이 있게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본의 총체적 전략을 알아야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의 진보세력은 청산주의와 사상과 실천에서의 거듭된 후퇴로 인하여 자본의 전략적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중들을 자본의 중독현상에서 해독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니 오히려 자본의 포섭에 자발적 동조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벼랑으로 내몰리는 노동자 민중의 삶

자본주의의 발달은 점차 1, 2차 산업에 해당하는 제조업 및 생산물 직종을 급격히 줄이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종 종사자를 대폭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20%가 전체 부의 80%를 소유하는 소수자에 의한 부의 독점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 100대 재벌의 30년 생존율은 3%에 불과하며, 세계 초일류 외에는 약육강식의 게임에서 도태되고 있다. 따라서 자본가들의 수와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의 장점인 자유경쟁에 의한 성장정책은 “고용 없는 성장”으로 표현되는, 즉 초일류가 되든지, 비정규직으로 살든지 극단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여기에서 일반 서민과 빈민층을 위한 사회보장의 강화가 절박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부와 자본가들은 이 민중들의 절박한 상황을 외면하고 자본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국가의 사회적 책임을 줄이고 있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세계화에 대비하겠다며 한미FTA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규제적 성격이 강한 사회복지제도를 민영의료보험활성화, 의료시장개방, 민간연금보험 도입의 최대 걸림돌로 인식하는,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관변학자들이 사회양극화 해소와 자영업자 소득파악으로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근로소득보전세제 도입을 포장하여 4대 사회보험의 기능분사를 통한 사회복지 해체를 선언하고 나섰다.

자본의 공격에 대한 총체적 시각 결여

진보정당 정책담당자와 민주노총의 선진층은 학계 및 시민단체와 활동하며 너무 깊이 그들의 논리에 예속되어 노동자적 관점과 민중적 관점을 세우는데 게을리 한 결과 관변 학자들의 정부입각에 따른 현재와 같은 정책공황의 대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이들의 총체적 시각의 결여에 따른 본말의 전도현상을 살펴봄으로써 (가칭)사회보험징수적용에 관한 법률(안)의 실체를 살펴보고자한다.

가. 목적과 수단의 전도

통합의 목적은 사회보장 확대강화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다. 따라서 통합은 이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작용할 때만이 통합의 의의가 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징수공단은 수단이 목적을 해체시키는 즉, 보험자의 기능분사(심사, 자격부과징수, 급여)를 통한 사회복지해체와 관리운영비 절감을 위한 노동자 구조조정이 목적이다.

민간연금, 민간의료보험과 보건의료의 영리화를 막기 위해서는 보험자가 단일해야 총체적 대응이 가능하다. 그런데 기능을 분사하면 마치 사람을 머리, 심장, 손발을 분리 한 것과 같이 사회보장과 보건의료의 시장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만들어 결국 자본의 황금시장인 보건의료와 건강보험, 연금의 시장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징수공단이 역할하게 된다.

예를 들면 삼성생명은 한해에 가입자에게 23조원을 걷어 2조원만을 가입자 급여로 지출하고 있다. 나머지 21조는 관리운영비와 자본의 이윤으로 가져간다. 거기에 비해 건강보험은 가입자로부터 23조의 보험료를 징수하여 23조원에다 국고부담금 등을 추가하여 전액을 국민들에게 되돌려 주고 있다.

나. 주체와 객체의 전도

정부가 주도한 징수공단은 △4개 사회보험 노동조합을 철저히 배제하고 △사회보장의 주체인 국민대표의 참여를 봉쇄하고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를 배제하고 경제부처인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국세청의 경제관료 주도로 3개월여 만에 졸속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사회보장의 주체인 노동자와 국민의 의사가 원천 배제되고 사회보장 마인드보다 시장논리를 앞세우는 경제관료 주도로 징수공단이 추진된 것은 사회보장 영역의 시장화 정책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다. 전체와 부분의 전도

징수공단 논의의 핵심은 통합 찬성, 반대가 아니다. 사회보장의 확대냐 축소냐가 핵심이다. 한국의 사회복지예산은 GDP의 6%로 서구의 20%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87년 이후 증가하다가 IMF 이후 지속적인 감소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예산처는 사회복지예산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총량의 확대 없는 노인요양보험, 노령기초연금 등의 추진은 대선용 사업으로 오히려 사회복지의 부실화와 함께 신사업 추진을 위한 비용을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통하여 충당하려고 하고 있다.

라. 장점과 단점의 전도

통합의 장점은 현재의 사회보장제도의 취약점 개선을 위해 △정부의 재정부담을 높여 국민 부담을 덜어 소득재분배 효과를 창출하고 △보험급여 보장성 강화로 국민건강권을 향상하고 △빈곤층 무상의료를 확대하며 △공적사회보장 강화로 민간보험, 민간연금의 침투를 방어함으로써 민중과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진보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징수통합공단(안)은 오로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징수체계를 일원화하여 △계좌추적권 도입 등 징수기능을 강화하여 더욱 민중들을 착취하게 되고 △기능분사로 민간부문의 진출을 열어 국민의 사회복지 축소로 이어지고 △통합징수가 국민들의 사생활침해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통합이란 단어는 정부와 관변학자들의 동음이의어 사용을 통한 교란전술일 뿐이지 원래 진보진영이 내세웠던 통합의 장점은 없고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두보 확보를 위한 초치일 뿐인 것이다.

마. 단사 이해와 산별 이해의 전도

4개 사회보험노조는 각자가 정부에 신규업무 확대를 통하여 고용보장을 확약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보면 단사의 작은 이해를 위해 산별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송두리째 내어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사회보험노조와 직장노조는 징수공단 설립으로 발생한 잉여인력 2,600명을 노인요양보험을 통하여 고용보장을 받고자 한다며 그 결과로 발생하게 될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비정규직화와 민영화가 확실한 21세기 고려장으로 불리는 민간시설 노인요양의 문제점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이 없다.

동일산별 지부인 의료연대지부 동지들과 제 단체들의 문제제기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며 단사의 이해를 위해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주장을 외면하고 있다.

또한 연금의 경우를 보면 징수공단 반대의 논리로 특수직역 연금인 공무원연금, 사학연금과 관련하여 이들을 먼저 통합하고 나서 징수공단을 이야기 하자고 한다. 이는 공무원과 사학노동자들의 박봉을 보전하기 위한 연금을 개악하려는 정권의 노노 갈등 조성에 앞장서는 결과를 초래 하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의 부담을 늘려야

2005년 노동자 전체의 근로소득세가 400조원인데 비해 부동산 투기자본의 불로소득은 800조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와 같이 자본가들의 소득에 대한 추가 부담 없이 노동자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정부의 실패를 만회하려한다. 이런 정부에 대하여 노동자들은 분명한 태도로 “국가가 세금을 더 걷어 사회보장을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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