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지부 12대 위원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향후 기업은행 진로에 대한 조합원들의 고민을 어떻게 받아안을 것인지의 문제, 일상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초과근로 문제에 대한 해법,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고용불안 해소 방안 등 어느 때보다 쟁점이 많은 국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평소에는 과묵하지만 ‘고용안정 삭발 투혼’으로 선거에 임하면서 실천적인 투쟁력을 내세우고 있는 현 정책국장 최문기 후보, 치밀하고 현실적인 정책대안 제시에 뛰어나며 노조개혁을 주창하고 나선 전 정책국장 김봉수 후보, 풍부한 노조 활동 경험으로 전문성을 축적하고 있으며 도덕성에서 자유롭다고 호소하는 전 부위원장 김형중 후보.

3명의 위원장 후보들로부터 이번 선거 쟁점과 쟁점에 대한 해법 등을 들어본다.

◇ “노동조건 악화시킨 사업부제” = 각 후보들은 노동조건 악화의 원인으로 사업부제를 지목했으며, 이번 선거의 쟁점으로 인식했다. 사업부제는 여수신지원본부, 기업금융본부 등 사업본부별로 수익률 경쟁을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1인당 생산성 향상, 비용절감 등이 강조되는 제도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은 강남지역본부, 강서지역본부 등 각 지역본부별로 각종 캠페인, 프로모션 등이 더해진다. 각 후보들은 사업부제가 실시되면서 현장에선 팀별 경쟁, 개별 경쟁 등 노동자들 간에 실적경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업부제는 실적을 지나치게 강조해 각 부서별 이기주의, 개인 이기주의를 만연시켜 현장의 조직문화까지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게 각 후보들의 우려다.

최문기 후보는 “사업부제는 실적경쟁만을 유도
하기 때문에 개인의 창의성이 무시된다”며 “경영진은 노동자들에게 조직몰입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용절감만을 강조하다 보니 자기계발에 대한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돌리고 있는 상황이고, 사이버 연수로 대체되고 있다”면서 “실적 경쟁을 하면서 매일 10시, 12시, 새벽 1시 그리고 휴일도 반납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적으로 자기개발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 넘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후보는 “9명 미만인 영업점도 개인팀, 기업팀으로 나눠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인력운용의 유기적 보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지난 2004년 사업부제 개선 특위를 통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으며, 뒤늦게나마 은행측은 사업부제 이전 방식으로 130여개 지점을 전환시킨 바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1대 집행부 정책국장으로 간부생활을 해오다 현업에 복귀한 김봉수 후보와 10대 집행부 부위원장을 지낸 김형중 후보는 사업부제를 둘러싸고 대립 각을 세웠다. 김봉수 후보는 “10대 집행부에서 조사분석을 통해 은행 현실에 맞게 사업부제를 조정했다면 현재와 같은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김형중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대해 김형중 후보는 현 집행부 출신인 양 후보를 겨냥해 “현 11대 집행부가 사업부제 폐지 및 보완을 주장하면서 당선됐지만 사업부제 시행 당시 제기됐던 문제점에 대해서는 실태파악조차 못했으며, 아무것도 보완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형중 후보는 “사업부제는 노사간 합의사항이 아니었음에도 일각에서는 합의를 잘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어려워졌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와 같은 비판은 사업부제 폐지와 보완을 주장해 놓고 3년간 어설픈 대응으로 상처만 키워온 돌팔이식 대응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며 이는 명백한 논리적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 “노동조건 개선에 총력” = 사업부제 시행으로 실적경쟁에 내몰린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시간 확대에 대한 불만은 자연스럽게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각 후보들은 노동조건 개선의 한 방법으로 사업부제 혁신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면서 큰 틀에서 보면 은행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당경쟁’에 노동자들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 명의 후보는 해법으로 △인원충원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최문기 후보는 “은행측은 점포를 연간 50개, 70개, 100개를 증설한다고 하면서, 정부의 인건비 통제를 핑계로 신입직원 충원은 고작 250명 정도”라며 “사업부제 이전에는 적어도 한 점포당 평균 15명의 인원이 있었으나 현재는 10~12명 선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업부제 이후 절대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잡다한 회의와 교육이 늘어 일선 점포에서는 매우 큰 부담이기 때문에 인원충원이 시급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최 후보는 또 자기계발에 대한 책임이 개인에게 부과되고 있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집합연수 확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비용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집합연수야말로 신규 인력충원과 함께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봉수 후보 역시 “집합연수야말로 노동자들 상호간의 경쟁을 부추기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마케팅 능력과 섭외능력 등이 몸에 녹아들어갈 수 있는 안정적인 제도”라며 집합연수 확대를 주장했다. 이밖에 김봉수 후보는 현재 후선업무 일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BPR(후선업무 전산시스템)을 가계 및 기업대출, 외환업무까지 확대해 반복적인 업무를 경감시키는 한편, 사업본부 간, 부서 간 업무협조를 유도하는 제도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업무를 경감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중 후보는 노동조건 악화 원인으로 무분별한 캠페인 만연, 실적으로 줄을 세우는 종합근무평정, 행원 급까지 급여를 삭감하는 후선인력배치기준 등을 꼽았다. 그는 “후선인력배치 기준, 종합근무평정요강, 영업점필수근무제, CS(고객만족) 하위 점포장 대기발령 폐지 등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며, 독립성이 보장된 은행장이나 전무이사 직속으로 조정실(Control tower)를 설립해 무분별한 캠페인의 폐해를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행문서의 비용처리, 각종회의의 비용처리, 제도 및 캠페인 실명제 등을 시행해 지나친 문서생산으로 초래되고 있는 노동강도 강화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 “민영화, 강조점 차이 보여” = 정부가 현재 보유중인 기업은행 지분 66.7% 중 15.7%를 매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시기와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행 민영화는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쟁점이다. 이와 관련해 각 후보들 역시 시기와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문기 후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는 맞지 않다”며 “국책금융기관 노사정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모든 현안을 논의하고 8천여 임직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된다”고 밝혔다. 특히 최 후보는 기업은행 민영화는 ‘독자생존’을 근본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5단계 추진론을 제시했다. 1단계는 정부에서 정부투자기관 관리지침 상 제약을 해소하는 조치를 취하고 민영화 플랜을 발표하되 전 직원과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2단계는 국내토종자본 및 우호세력에 10% 매각, 3단계는 중소기업법 폐지 및 중소기업은행법 등 개별 법령에 있는 규제 해소, 4단계는 정부의 소유지배권한을 기업은행에 이양, 마지막 5단계는 국내토종자본 및 우호세력에 정부 지분 10%를 추가로 매각하고 국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정부가 지분 30%는 계속 보유하는 것이다.

김봉수 후보는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지킬 수 있는 길을 선택하겠다는 것이 민영화에 대한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정부 지분 15.7%를 매각하고 내년에 추가로 지분 매각이 이루어진다면 기업은행은 민영화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며 “민영화에 따라 정부의 각종 규제와 감독에서 벗어나 자율경영을 통해 다른 은행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국책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자금의 운용과 조달의 불균형이 초래됐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민영화 이후 경쟁을 통한 생존을 위해선 조달부문을 강화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보강하기 위해선 일정기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김봉수 후보의 진단이다. 그는 “최소한 3~5년 정도의 연착륙기간을 통해 취약한 부문을 보강하고 자체 경쟁력 및 맨파워를 키울 것이며, 이를 통해 기업은행의 간판이 유지되고 어떠한 상황 하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임기동안 조성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중 후보는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칙으로 동의 한다면서도 시기와 방법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우선 정부가 모자란 세수확충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지분매각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기적인 계획 없이 졸속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란 게 이유다. 특히, 그는 정부 지분매각과 관련해 “현재 정부 지분 66.7%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 중 외국인이 약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에 기업은행의 매각 물량이 추가로 나올 경우 외국인들이 대부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외국인 지분이 33%를 초과할 경우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 수준을 넘지 않도록 매각방식과 물량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 후보는 “향후 급격한 민영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우호지분 확보 차원에서 연기금 등 공공성을 띤 기관에 블록세일 등을 통한 매각방법을 강구해야 될 필요성이 있으며 기업은행 거래 중소기업이 기업은행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선이 되면 정부주도 국책은행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TF팀을 구성, 노사정 공동으로 ‘기업은행 미래 전략위원회’ 구성, 중소기업중앙회 및 우량 중소기업 등 기업은행 우호기관과 컨소시엄 구성, 종업원지주제확대, 언론 및 공청회를 통한 우호여론 형성 등 민영화를 대비한 우호 지분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 후보는 “기업은행 손실보전조항등 중소기업지원육성을 위한 법적장치를 당분간은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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