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갈등과 무력감이 만연해 온 노동계에서 오랜만에 보는 흐뭇한 모습이었다. 노동운동 후배들은 40년 동안 한결같은 길을 걸어 온 칠순의 노선배 앞에서 존경심과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후배들의 존경과 축하를 한 몸에 받은 노동운동 선배는 지난 40년 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과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남상헌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칠순잔치가 200여명의 노동운동 동료, 후배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8일 저녁 서울 용산 철도웨딩홀에서 열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한 길을 걸어 온 남상헌 지도위원의 면면을 보여주듯, 이날 행사에는 세대와 정파를 초월해 노동운동과 진보운동 관계자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소장,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이규재 범민련 의장,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산별연맹 대표자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천영세 의원, 단병호 의원,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2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남상헌 지도위원 부인 다음으로 남 지도위원과 가깝게 지냈다는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오늘 이 자리는 단순히 고희연이 아니라 민주노조 운동의 맥을 이어 온 선후배들의 만남의 자리라서 뿌듯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민주노총의 수장인 조준호 위원장도 이날만큼은 선배들에게 기대고 어리광 피우고 싶은 후배였다. 조준호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굉장히 힘들고 이런 때일수록 아버님같은 선배님들이 계신 게 축복”이라며 “올해 산별노조 전환을 성공한 것을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축시 낭독으로 선배의 칠순을 축하했다. “모진 비바람 맞으며 멋지게 자란 한 70년 쯤 된 느티나무 한 그루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 이 느티나무 보고 길을 찾아요.”

남상헌 지도위원은 “노동자로서 살 길을 찾아 간다는 것이 이 길로 들어오게 됐지만, 좀더 치열히 살았다면 노동운동 현주소도 지금보다 낫지 않겠냐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쉬움에도 여기까지 온 것은 여러 선후배들 때문”이라며 “밥값은 하는 나이 먹은 사람이 돼야 겠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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