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사퇴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선린 인터넷고등학교 교사)이 민주노총을 포함해 노동계 분열과 정파 갈등에 대한 통렬한 자기 반성과 후배들에 대한 쓴소리, 이후 계획 등 최근 심경을 글로 담아냈다. 특히 이수호 전 위원장은 “앞으로 편가르기에 나서지 않겠다”며 이후 노동계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과 함께, 최근 돌기 시작한 자신의 차기 지도부 선거 출마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이수호 전 위원장의 이런 글은 현재 민주노총 총파업이 진행중이고, 곧이어 올 연말부터 본격적인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이수호 전 위원장의 글은 28일 용산 철도웨딩홀에서 열린 남상헌 민주노총 지도위원 고희연을 맞아 발간된 문집에서 공개됐다. 이 전 위원장은 한평생 흔들림 없이 노동자의 삶을 살면서 칠순을 맞이한 노동계 선배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운동가로서 지난 날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노동자들과 노동운동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편지 전문 14~15면>

“선거철만 되면 짯 짓기, 표 구걸” 반성

이수호 전 위원장은 글을 통해 “지도위원님의 각성한 한 노동자로서의 인간적 삶을 기리고 축하하는 이 자리가 저에게는 왜 이리도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모르겠다”며 최근 심경을 고백했다.

이 전 위원장은 “어느 틈에 운동꾼이 되어 고집이나 피우고, 아니라고 하면서도 어느 패거리에 끼어 남의 험담이나 하면서 편 가르기에 앞장섰다”며 평소 통합을 강조했던 자신도,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 진영의 분열과 정파갈등에서 자유롭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내친 김에 그는 “선거철이 되면 그 알량한 권력을 잡기 위해 동네 개만도 못한 짝짓기를 서슴지 않았으며, 표 구걸을 위해 대기업 노조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도 창피한 줄도 몰랐다”며 노골적인 표현을 썼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정파 가르기와 이합집산, 내부 권력을 잡기 위해 약자보다는 강자의 눈치를 보는 것이 노동운동의 현실이자, 자신의 모습도 그랬음을 노동계 선배에게 고백한 것이다.

“책임있는 교섭 실종, 형식적 총파업”

이수호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배제된 채 나온 9·11 합의와 양대노총 공조 파기, 이에 따라 진행되는 민주노총만의 외로운 총파업 투쟁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언급으로 쓴 소리를 했다. 이 전 위원장은 “현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직을 확대시키고 노동기본권을 악화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고, 노동운동은 그 앞에서 분열되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책임 있는 교섭은 실종된 채 형식적 총파업만 ‘우리들만의 잔치’로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11 노사정 합의에 대한 평가는 물론 관련 인터뷰도 거절해 왔던 이 전 위원장이 노동계 선배 앞에 자신을 반성하면서, 직접적인 화법으로 후배들에게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 것이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총파업은 교섭을 전제로 그 교섭에 힘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인데, 한국노총은 교섭주의 비슷하게 매몰되고 민주노총 총파업은 하는지 마는지도 모를 정도로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지도부 출마설 일축

마지막으로 이수호 전 위원장은 노동운동의 통합과 단결을 위해 “조그만 실천부터 겸손히 하겠다”면서 노동운동 선배에게 다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제 저부터 무릅을 꿇고 내 마음속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조그만 실천부터 겸손히 하겠다”며 “편 가르는 일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노동운동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이수호 전 위원장의 차기 지도부 선거 출마설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단결하고 모으는 일에 필요하면 나설 것이고, 그외의 것이라면 아무리 좋은 뜻이 있더라도, 정파운동 해소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면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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