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 고 하중근 조합원의 사망원인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부상 때문일 개연성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인권위는 하중근 조합원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하는 등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권위는 27일 22차 전원위원회 결과 “하씨가 참석했다 사망한 7월16일 포항집회에서 경찰이 금지 통고를 남용하고 시위대를 과잉 진압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현장지휘관인 포항 남부경찰서장을 징계하고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장을 경고조치 하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당시 경찰 진압대원들이 시위대에게 방패를 세워 공격용으로 사용한 사례가 많았으며 목 이상의 안면부나 뒷머리를 가격해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면서 “과잉진압 부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강제해산을 시도할 때는 사전에 3회 이상의 강제해산 경고방송을 통해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 해야 하지만 이 부분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경찰이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건물 점거를 이유로 37개 장소의 집회와 14개 행진코스에 대해 집회금지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집회금지를 통보한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하 조합원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작년 농민 시위에 참가했다 사망한 전용철·홍덕표씨 사건과 달리 하씨가 가격당하는 장면을 본 목격자나 사진 등 증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누가 무엇으로 상처를 입혔는지는 알 수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 진압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 없어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권위가 농민 사망 당시 사건 발생 한달만에 “사망원인이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판단, 검찰 수사의뢰 및 진압 지휘책임자 등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던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27일 공식입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권위는 지난 8월2일 민주노총으로부터 사건 진정을 접수받고 그달 30일까지 포항 현지조사를 진행, 지난 9월25일 하 조합원 사망사건을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조영황 인권위원장의 돌연한 사퇴로 의결이 보류된 뒤 최종 의결까지 다섯번의 전원회의를 진행, 하 조합원이 사망한 지 넉달(119일)만에 최종입장을 냈다. 입장 발표가 지연된 데 대해 인권위는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와 집회일괄금지 통보의 적법성 등에 대해 위원들끼리 논란이 있었다”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생각보다 길게 끌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계는 이번 발표에 대해 “경찰의 살인폭력진압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포항건설노조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노동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경찰 폭력으로 사람이 죽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책임자를 처벌과 경찰의 시위 진압시스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며, △시위진압 책임자(경찰청장, 경북도경청장) 즉각 파면 △대통령 공개사과 △경찰의 집회시위 일괄금지조치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경찰의 폭력진압 개연성을 인정한 조사결과를 환영한다”면서도 현장 지휘관 징계 수준에 머문 권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총괄 책임자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인권위의 권고는 국민을 죽인 공권력에 관대하다"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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