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집회 전이나 후나 방송과 신문의 관심은 ‘평화집회’와 ‘시민 불편’ 여부였다. 한국노총이 사전에 시민 불편 없는 평화집회를 공언했고, 결과도 그랬다. 언론은 “한국노총, 평화시위 약속 지켰다”고 잔뜩 추켜세웠다. 그러나 여기서 끝. 언론은 집회 목적과 내용에는 애당초 관심조차 없었다. 언론은 ‘노사정 합의 입법 쟁취’보다는 집회 후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더 부각시켰다. 미담꺼리로 한국노총 7만 노동자의 함성을 허공에 날려버린 것이다.

“언제 우리(한국노총)가 폭력집회를 한 적이 있나. 물론 평화집회를 선언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 목소리가 묻혀버린 것은 아쉽다. 평화집회의 모범을 보여주자고 이 많은 조합원들이 모인 것은 아니잖은가.” 현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의 말이다.

다들 평화집회에는 동의했다. 많은 조합원들이 참석해서 가슴뭉클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민주노총과 비교돼 악용되는 것에는 우려하기도 했다. 주택관리공단노조 한 조합원은 “앞으로도 평화시위를 정착시켜 국민의 동의와 참가를 얻어내는 노동운동이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의 집회문화가 민주노총과 농민단체들의 시위를 억압하는 논리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언론이 애써 무시한 집회 목적에 대해 참가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 목소리로 “로드맵 합의 입법화”를 외쳤지만 의외로 세부적인 의견은 다양했다.

조성출(45) 남성교통노조 조합원은 “기업단위 복수노조는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복수노조가 되면 노노 갈등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노총 입장에서 유예를 시킨 것은 상급단체로서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항공노조의 한 조합원은 “현재 산별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과 관련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특히 한국노총의 경우 중소영세사업장이 많은 현실을 한국노총 집행부가 적절히 반영해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이 노사정 합의”라며 “반드시 입법쟁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금융노조 자산관리공사지부의 한 조합원은 사안별로 재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노총의 불가피한 선택이긴 했지만 노동계가 연대해서 해결해야 될 노사관계 로드맵을 너무 섣불리 합의한 측면도 있다”며 “복수노조 3년 유예는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어렵게 만드는데 이에 대한 실질적인 노력이 한국노총에서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전임자 임금지급 3년 유예에 대해서만 입법 쟁취투쟁을 하고, 나머지는 전면적으로 재논의 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한국노총 산하 노조에 복수노조가 결성되고 일부가 민주노총으로 향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기 때문에 복수노조 유예안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유예안을 바꾼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민주노총과의 갈등으로 인한 노동계의 분열을 비판하는 지적도 있었다. 금융노조 한국감정원지부의 한 조합원은 “현재 한국노총이 입법쟁취투쟁을 하는 것이 맞는데, 민주노총과 따로 가는 투쟁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관계 로드맵, 비정규법안 등이 맞물려 가는 국면에서 양 노총이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한국노총이 입법쟁취를 하더라도 민주노총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후유증이 남을 것이며, 결국 피해자는 현장 조합원이 될 것”이라는 나름의 이유를 들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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