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집회 등 노동단체의 집회나 다른 집단행동 때문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일반 네티즌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선택지는 ‘그렇다’ 또는 ‘아니다’ 두 개뿐.

이런 질문도 있다. “현재의 노동운동이 자신들만의 이기주의에 빠져 공동체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시민사회의 질서를 깨뜨리는 불안요인 또는 위협이 된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는 과연 어떠한 대답이 나올까. 선택지는 다섯 개, △매우 그렇다 △다소 그렇다 △잘 모르겠다 △다소 아니다 △매우 아니다.

이는 최근 ‘C' 인터넷취업전문업체가 대형 포털싸이트를 이용해 네티즌에게 설문조사하고 있는 내용 중 일부다. 이 설문조사의 주제는 ‘노조 및 노동운동에 대한 의식조사’.

직장인과 대학생을 구분해 진행되는 이번 설문조사의 질문지들은 대부분 노조나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대답을 유도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가령 ‘노동운동의 문제점이 뭐라고 보나?’, ‘노동운동이 과격하고 폭력적인 양상이라고 보나?’, ‘일부 대기업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기업경영과 나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나?’ 하는 식이다.
네티즌들을 상대로 무작위로 진행되는 이번 설문조사의 진행 배경을 알면, "도대체 이런 조사를 왜 하는 것일까?"하는 의혹이 다소 해소된다. 'C'사에 문의한 결과, ‘S'경제신문 기자의 의뢰를 받아 'C'사가 메일링 설문조사를 대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C'사 관계자는 “‘S'경제신문 기자가 기사 작성에 필요하다며 설문 문항까지 직접 뽑아줬다”고 말했다.

평소 노동운동에 대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보도해 온 언론사가 편파성 짙은 문항으로 채워진 설문조사를 유명 취업포털업체에 의뢰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계 한 관계자는 "설문조사 자체는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이것이 보도자료로 배포될 경우 각 언론에 두고두고 재인용되며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상 언론노조 정책실장도 “설문 문항 자체로만 봐도 ‘빵점’짜리 조사”라며 “정상적인 조사라면, ‘요즘 노동운동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은 뒤 ‘과격하다’, ‘대안 없이 비판 한다’ 등 선택지를 놓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제로 해, 이같은 인식에 동조하는 대답을 유도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설문지 같다”며 “예비 노동자인 취업준비생들을 주요 회원으로 하는 대형 취업포털업체가 노동조합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설문조사를 대행한 것 자체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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