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8시께 서울대병원 2층 로비에서는 조합원들이 파업전야제 행사를 마치고 분임토의를 벌이고 있었다. 병원 경영진이 제시한 최종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했다. 분임토의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은 대의원들이 대의원대회 장소인 4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30분께가 지난 뒤 대의원대회 결과가 발표됐다. 37명의 참석 대의원 가운데 32명이 협상 결과를 받아들이자는 데 찬성했다. 앞으로 일정은 잠정합의안에 서명하고 다시 전체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는 것만 남았다.

김진경 분회장의 첫 발언은 “미흡하다”였다. 2년 미만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족인원 150명의 3분의 1에 불과한 42명만을 충원하겠다고 합의한 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정합의안에는 획기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인원만 해도 245명에 달한다. 표정이 어둡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조합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진경 분회장은 “근골격계 질환 관련 합의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병원이 몰래 유해요인 조사를 하고는 치료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2004년 말부터 3년 동안 싸웠다”고 설명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서는 노조가 유해요인 조사기관을 추천하고 회사와 동수로 곤골격계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키로 했다. “노동자들의 아픔을 살필수 있고 이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과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게 김 분회장이 근골격계 관련 합의를 첫 손가락에 뽑는 이유다.

또 패스트푸드점인 버거킹을 서울대병원에서 쫓아냈다는 것도 자랑꺼리라고 했다. 김 분회장은 두산그룹을 쫓아냈다고 해석했다. 버거킹은 두산그룹 재벌가 인맥인 박용현 전 서울대병원 원장 시절에 서울대병원에 들어섰다. “패스트푸드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상식인데도 병원에 패스트푸드점을 들여놓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분회장을 하고 있는 동안 서울대병원분회는 많은 부침을 겪었다”며 “2년 미만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현장에서 고민하고 싸워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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