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9일 조선일보 1면에는 일그러진 노무현 대통령 얼굴이 실렸다. 조선일보는 그 옆에 “임기 못마치는 첫 대통령 안됐으면”이라는 대통령의 전날 국무회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임기 못 마친 첫 대통령’이라니.

60년 남짓 한국 헌정사에서 전직 대통령은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으로 모두 8명이다. 이 가운데 임기를 다 채운 이는 전두환부터 김대중까지 4명이다. 이승만은 4·19 혁명에 놀라 미국으로 도망가 버렸고, 윤보선 정권은 박정희의 군사쿠데타로 단명했고, 박정희는 임기 중에 총 맞아 죽었고, 최규하는 신군부에게 끌려 내려왔다. 헌정사 8명의 대통령 중 4명이 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도 임기를 못 채우는 첫 대통령을 운운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붙잡고 옳거니 하고 시비 거는 조선일보는 29일 신문의 3면과 4면을 대통령 뉴스로 모두 채웠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다 아는 역사마저 왜곡시키는 정신 나간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그 발언으로 밥벌이를 하는 게 신문들이다. 요즘 신문을 보고 있으면 1년을 훌쩍 건너 뛰어 2007년 연말 대선 선거전을 방불케 한다.

조선일보는 같은 29일 34면 논설위원 칼럼에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의 단일화를 염원하면서 단일화의 비법까지 자상하게 일러 주고 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세 후보의 지지자 등 한나라당의 팬들을 향해 “정권교체냐 당신이 미는 후보의 당선이냐”를 판단하라고 질문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한나라당 후보 단일화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하고 설명한다. 한나라당의 기관지가 아니고서 어찌 이리 친절한 해법까지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27일부터 종합부동산세 안내장이 발송됐다. 그 대상은 23만7천여 가구다. 이 가운데 71.3%(16만9천여 가구)가 두 채 이상의 집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방송사들은 27일 밤 일제히 “종부세 대상자 10명 7명이 2주택 이상”이란 제목으로 이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중앙일보는 3면에 “종부세 대상자 10명 중 3명이 1주택자”라고 제목을 거꾸로 달아 보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산층과 일반 서민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남의 나라 얘기다. 전국의 1,777만 가구 중에서 종부세가 부과되는 가구는 1.3%에 불과하다. 전국민의 98.7%는 종부세 안내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문은 자극적인 용어로 1.3%의 저항을 부추긴다. 1.3%를 위한 신문 만들기를 통해 신문이 얻는 이익은 크다. 이 1.3%가 전체 신문광고시장의 주요 고객이다. 98.7%의 절대다수 국민들과 아무 상관없는 종부세 저항기사를 피 토하듯 써내려가는 신문들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들에게 종부세는 절대악이다. 그럼 그들에게 절대선은 무엇인가. 경영효율성, 친기업, 유연성, 구조조정 같은 단어들이다.

보수신문들의 이상한 고정관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5일 매일경제신문 7면엔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문 교수는 최근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징수기능을 국세청 아래로 통합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통합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사회보험 징수기능이 통합되더라도 국세청식으로 강압적 체납관리를 하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통합 이후 남은 각 공단은 서비스 중심체제로 전환해야 하고, 현재 공단에서 일하는 인력에 대한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전문가다운 식견이었다. 결론에서 문 교수는 “사회보험 부과·징수 업무의 통합은 경영 효율화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가입자에게 제대로 된 사회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인력충원과 재배치가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매일경제신문은 문 교수의 이 칼럼에다 “통합 사회보험제도 경영효율성이 관건”이란 엉뚱한 제목을 달았다. 문 교수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제목이다. ‘효율’이란 단어만 나오면 사족을 못 쓰는 신문이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1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