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사회보험 부과·징수부문 통합을 추진하는 정부와 4대보험공대위 간 노정 교섭이 완전 결렬됐다. 사회연대연금노조 등 공대위를 구성했던 4개 노조위원장들은 지난 29일 오후 대표자회의를 열어 노정 교섭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입법저지 투쟁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4개 노조 공동대응을 위한 공투위 구성 여부는 각 노조에서 중앙운영위 이상의 의결을 거쳐 오는 12월 4일 오전으로 예정된 대표자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조건부 찬성에 가까운 입장을 갖고 투쟁보다는 노정 교섭에 치중했던 4대보험공대위가 입법 저지투쟁으로 돌아선 것은 노정 교섭이 타결되더라도 그 이행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사회연대연금노조가 노정 교섭을 거부한 가운데 진행된 지난 24일 마지막 실무교섭에서 정부가 기획예산처장관의 교섭주체로의 참가와 향후 10년간 고용보장 등 추가교섭요구를 거부한 것이 결정타였다. 합의서와 고용보장 약속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가 해소해주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 동의라는 자신감을 깔고 있는 ‘배짱부리기’ 정도로밖에는 볼 수 없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4대보험공대위가 노정 교섭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들었던 “대다수의 국민이 찬성하기 때문에 정부가 노동조합과의 협상을 배제하더라도 비판 받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결과적으로는 노정 교섭을 파기한 원인이 돼버린 꼴이다.

기층 조합원들의 불안감과 비판도 한몫 했다. 비밀에 부쳐졌던 잠정합의안이 사회연대연금노조 조합원 총투표를 전후로 공개되면서 고용보장도, 사회보장성 강화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현장에서 징수공단 설립 반대 투쟁위원회도 구성됐고, 잠정합의안을 조합원 총투표에 붙여도 찬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잠정합의안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우선 고용안정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줄곧 3개 공단의 징수 관련 인력 1만명 가운데 5,000명은 신설되는 징수공단에, 나머지 5,000명은 기존 공단의 신규업무에 재배치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잠정합의안에도 ‘3개 사회보험 공단 현행 업무 정원 1만8,800명에 대한 고용을 보장한다’고 명시되기는 했다.

그러나 기존 공단에 남는 징수 관련 인력의 고용보장은 신규업무 확대에서 나오는데 잠정합의안의 신규서비스 목록에는 인력수요가 크게 요구되지 않는 업무들만 나열돼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우 기초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이 신규서비스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노인수발보험이 명시되긴 했지만 국회 처리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고 재계가 도입 시기 연기를 주장하고 있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회연대연금노조 이경우 정책실장은 “고용보장은 합의서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권을 쥔 기획예산처장관의 서명과 신규업무 확대로 가능한데 그 어느것도 되지 않았다”며 “이것은 고용보장을 못해주겠다는 것이고 징수공단 설립이 곧 구조조정의 시작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또 4대 사회보험 징수·부과업무 통합으로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잠정합의안에도 ‘근로자와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고, 사각지대 해소방안 구축하고, 사회보장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등에 대한 과세소득 보유율이 26%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에서 과세자료에 의해서만 제도를 운영할 경우 사각지대가 심화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 사회연대연금노조의 입장이다. 사회연대연금노조는 현재는 지역가입자의 58%가 사각지대지만 과세자료로만 관리할 경우 현재 과세자료는 없지만 소득신고자로 가입돼 있는 304만명이 납부예외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사각지대가 74%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잠정합의안에는 ‘중장기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가입자의 단일부과 체계를 마련하고 사회보험 적용·징수통합을 실질적으로 완수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에 대한 납부저항이 많은 상태에서 단일부과 체계를 도입하게 되면 경제적 이유로 건강보험만 선택적으로 가입했던 저소득계층이 건강보험까지 포기하게 돼 재정악화는 물론 사각지대가 확대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징수공단 설립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국사회보험노조 한 조합원은 “비정규직이 건강보험공단에 556명, 국민연금관리공단에 2,153명, 근로복지공단에 159명이나 있는데 이들의 고용보장에 대한 언급이 잠정합의안에 단 한마디도 없다는 것만으로도 노정교섭은 고용보장이 아니라 구조조정 프로그램일 뿐”이라며 “징수공단 설립은 가입자에게 하나의 고지서를 주니까 편리하다는 논리에 가려진 사회보장 축소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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