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없는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고임금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저임금 육체노동자들보다 노조 가입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의 연구결과와 전혀 상반되는 양상으로,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노조활동이 빚어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행하는 <노동리뷰 11월호>에 실린 ‘무노조 기업 근로자들의 노조 가입성향 분석’(성재민 책임연구원) 보고서는 8차 한국노동패널(2005년)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노조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76.4%로, 이들 가운데 63.6%는 가입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7.6%는 노조 가입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가입하겠다고 답했으며, 28.8%는 가입 의사가 조금 있다고 답했다.

즉 10명 중 4명은 기회가 있으면 가입할 의사가 있다는 의미로, 노조에 가입하고 있어도 노조가 없어 가입하지 못하는 잠재된 노조 수요가 상당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이는 산별노조 전환 등 노조가입의 장애물을 낮추는 개혁들이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임금·학력 높을수록 노조 가입의사도 높아

특히 이번 조사결과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노조가입 의사를 밝힌 36.4%의 평균임금은 152만원으로 노조가입을 원하지 않는 사람의 평균임금 140만원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아울러 학력이 높을수록 노조 가입희망 의사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졸 이하 학력을 가진 노동자들은 28%만이 노조가입을 희망해 가장 낮은 가입 성향을 보였으며 고졸(재학 포함)은 38.5%로 이보다 좀더 높았다. 반면 전문대(재학·중퇴·졸업)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42.7%, 4년제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40%가 노조 가입을 희망했다. 보고서는 4년제 출신들의 특성상 고위임직원, 관리자들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노조가입 의향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입 하고싶다" … 정규직 40%, 비정규직 31.9%

고용형태나 직종별로 보아도 결과는 비슷하다. 정규직일수록, 화이트칼라일수록 노조가입 의사가 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의 경우 40%가 노조가입을 희망했으나 비정규직은 31.9%만 노조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직종별로도 고위임직원 및 관리자·전문가·준전문가·사무직원 포괄하는 화이트칼라의 노조가입 의사는 39.3%로 높게 나타났으나, 육체노동자의 경우 36.1%만이 노조가입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영국의 무노조 기업 종업원들의 노조 참가 성향을 분석한 Charlwood의 논문(2002)에서는 학력 등 지위가 낮은 집단에서 노동조합 참여 성향이 더 높게 나타났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고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성재민 책임연구원은“이처럼 노동시장에서 아주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보다 나은 사람들이 노조가입을 선호하는 현상은 현재 노동조합의 포괄범위 때문에 나타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즉 우리나라 노조는 특성상 기업별노조 시스템이 강해 소기업보다는 대기업과 중기업에 포진하고 있으며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정규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괜찮았을 가능성이 높은 인적·사업체적 속성을 가진 사람들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보고서는 무노조 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 가운데 이전 직장에서 노동조합 가입 경험을 가진 사람은 2명 중 1명이 노조가입 의향을 밝히고 있으나 노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3명 중 1명만이 노조가입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재민 연구원은 “이번 ‘무노조 사업체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의사에 대한 연구’는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한국노동패널 부가조사의 결과는 우리나라 기존 노동조합 활동이 아무래도 중·대규모 기업, 정규직 중심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근로조건이 나쁜 쪽보다 그렇지 않은 쪽에서 노동조합원이 되기를 더 바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사업체의 비조합원의 경우,'가입자격이 없어서 노조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60.2%로 가장 높았다. '노조가입 필요성을 못 느껴서'라는 응답은 30.5%에 그쳤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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