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가 생긴 이래 가장 힘든 조정이었다"

한전 사태를 막아낸 데 있어 노사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합의를 유도한데 공을 세운 중앙노동위원회의 임종률 위원장은 이번 한전 특별조정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첫 조정이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달 21일부터 한전 노사대표자를 불러 대화를 시작, 3차례의 공식조정, 5차례의 만남이 있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사안이 걸려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중노위의 조정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던 것이 관례여서 당초 중노위가 한전사태에서 노사간 대화의 장을 제공해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중노위가 핵심 쟁점인 민영화 관련 안을 낼 순 없지만 사업장내 단협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그래서 조정대상이 아닌 것까지 연계해 논의를 유도했다"

이례적으로 조정을 두 번이나 연장하고 논의시간을 확보, 결국 타결을 이끌어 낸 데 대해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한전이라는 사업장의 특성상 노조의 파업이 미치는 효과는 엄청나다. 가급적 파업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국민적 기대를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측 참고인을 부른 것도 좀 더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였다"

3일 밤 자정을 넘길 경우 직권중재에 회부할 결심을 하면서도, 최대한 시간내에 타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중노위가 다양한 조정서비스 기능을 십분 발휘한 것과 함께 파국을 막으려는 노사정의 태도가 타결을 용이하게 이끌었다는 지적도 내놨다.

임 위원장은 "매 사안마다 그렇게 하긴 힘들 거다. 전력노조가 사업장 문제를 풀기 위해 법안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하면서 정부와의 대화를 주선해 줄 것을 적극 요구해왔고 정부쪽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노조와 대화할 용의를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간에 지도부가 현장 조합원들로부터 매를 맞을 각오를 하면서도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례가 추후 조정대상의 확대로까지 이어지기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임 위원장은 이에 대해 "미국의 경우 정부기관간에 분쟁까지 노동위원회에서 해결하지만 우리의 현행 법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도록 돼 있다. 사기업의 노사관계를 벗어난 노동쟁의까지 다루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인력과 예산문제가 고민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보다 중요한 것은 기획예산처도 사용자로 보는 등의 파격적인 해석이 가능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어쨌든 현 시점에서는 정부지침에 의한 노사분쟁이 늘고 있는 만큼 조정대상의 확대를 검토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조정회의를 열어야 할 공기업은 도시철도공사와 수자원기술공단 두 곳이 남아 있다.

파국을 막아낸 한전의 특별조정회의 사례가 다른 공기업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일 조정을 마친 철도의 경우 중노위 조정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노사정위에서 논의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전력과 달리 철도노조는 기획예산처의 인원감축과 정부의 민영화에 대한 반대요구 두가지만 제시해 우리가 조정할만한 사업장내 근로조건과 관련한 사항이 하나도 없었다"며 "따라서 노사정위내 공공특위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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