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 해가 지고 있다. 홀가분한 마음, 아쉬운 마음, 억울한 마음, 원통한 마음, 분한 마음…. 많은 상념이 교차할 때다.
올 한 해 노동계는, 내용에 대한 평가는 뒤로 미루더라도, 노사관계 로드맵 법안과 비정규직 법안이라는 두 가지의 큰 과제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숙제를 남겼다. 법은 국회를 통과했으나, 더 민주적이고 더 선진적인 노사관계의 정립과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아직도 요원한 게 사실이다.
현안에는 법만 있던 게 아니었다. 올 한해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정부와 자본에 항거하다가, 또는 산업재해의 희생이 되어 우리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났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문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문제,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 민주화가 정체되고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노동현장에는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구시대의 비정(秘政)이 다시금 고개를 쳐들고 있다.
2007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대통령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불가피하게 다가올 '정치의 계절'은 노동을 하는 유권자의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것이다.
2006년, 노동계는 많은 실험을 했다. 한쪽에서는 '야합'이라고 비난하지만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를 국회에 관철시키는 모델을 만든 것도 사실이고, 한쪽에서는 '대책없는 강경투쟁'으로 매도하지만 힘이 모자라다는 게 얼마나 서럽고 분한 것인지 확인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쪼록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를 모아 다가오는 새해에는 곰의 배짱, 여우의 지혜, 호랑이의 용맹으로 충만한 노동계가 우리 사회에 지도적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천5백만 노동자 여러분, 그리고 노사정의 대표자 여러분.
올 한 해도 수고하셨습니다.


표지 디자인 = 이정민 편집기자
표지 사진 = 정기훈 사진기자,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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