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월 25일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소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대책을 확정했다. 대책의 주요내용은 산재법,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및 약관법 등을 통해 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란다. 이번 종합대책은 노동자성에 대한 대책은 차후과제로 미루고 “우선 시급한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것을 중심으로 마련되었다고 한다.<10월25일자 레이버투데이 기사 참조>

알맹이는 빠진 정부 대책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시정하고자 하는 것은 ‘불공정행위’이다. 부당 해촉, 대납 강요, 부당 배차, 다단계 알선 등의 불공정행위는 해당 노동자들이 지난 6~7년 동안 때로는 파업을 통해, 때로는 자기 몸을 불살라가며 절절히 외쳐왔던 부분이다. 또한 노동법 적용에서 배제되어 있는 법적 무권리 상태로 인해 이런 불공정행위가 발생했다는 것을 누누이 밝혀 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대책에는 노동법 적용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노동법 적용문제가 포함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이번 대책을 통해 향후 노동법 적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연내에 2차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이번 발표내용의 기조로 봤을 때 노동자성 인정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이번 정부에서 해결을 기대하기는 난망한 상황이다. 상황의 심각성에 비춰봤을 때 정부가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경제법 적용의 의미

정부가 이번에 주요하게 내세운 대책은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약관법 등 소위 얘기하는 경제법을 통한 불공정행위 시정이다. 공정거래법 제1조에는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이 법의 목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약관법에도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규제하여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의 목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레미콘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법에서 얘기하는 ‘소비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도록 법이 규제하고 있는 사업자로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계약의 양당사자가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자로서의 특수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이 정부대책의 핵심이다. 결국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문제를 회피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성을 적극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간에 적용되어야 할 경제법을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순간 특수고용 노동자의 임금인상요구, 노동조건 개선요구 등은 공정거래법 제19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법 제19조에는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이나, 그 대금 또는 대가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 소위 얘기하는 담합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해서 서러운 것에 더 해서 이제는 일상적 행동과 요구가 경제법에 의해 금지당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노동자성 인정 요구는 완전히 물건너 가는 셈이다.

계속 후퇴하는 정부 입장

정부는 “우선 시급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발표했다고 하지만 특수고용 문제는 하루, 이틀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정부 역시 지난 6~7년간 특수고용 문제에 대해 나름의 입장을 가져왔다. 문제는 정부의 입장이 계속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 10월 노동부는 ‘비정형 근로자 보호방안’을 확정하여 근로기준법에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 근기법을 부분 적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당시에 노조법 적용은 기본이었고 근기법을 특수고용 업종별 특성에 맞게 부분 적용하는 것이 정부의 논의수준이었다. 당시 노동부의 근기법 부분 적용 내용으로는 임금보호, 해고제한, 산재보험 적용 등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대선공약도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논의는 계속 후퇴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퇴보는 노사정위에서도 거듭되었다.

2000년부터 작년까지의 특수고용 논의는 어찌되었든 노동자성 문제에 대해 일정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물론 노동법을 온전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노동자성 인정여부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대책은 노동자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결과적으로는 노동자성을 강하게 부정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입법을 통한 노동법적 보호가 문제의 핵심

특수고용 문제는 전혀 복잡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복잡하다고 생각하고 접근할 때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지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는 처음부터 자영인 형태로 위탁, 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원래는 정규직 형태로 근무했던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업무의 성질상 노동자인지 사업자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계약의 형식만이 바뀐 것이다. ‘위장된 사업자’이고 이것이 특수고용 문제의 핵심이다. 문제가 이렇다고 했을 때 특수고용 문제에 대한 논의는 위장된 개인사업자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권리박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법원의 시각이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해석론적 한계를 노정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적 해결책을 통해 특수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번의 정부 대책은 이러한 문제해결과정에 결정적으로 찬물을 끼얹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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