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우리당 이목희 위원장이 특수고용직 노동자 근로자성 인정에 대해 정부안을 만들겠다“고 말한지 1년만에 정부안이 발표됐다. 예상대로 ‘노동자성’과 ‘개인사업주’ 사이에서 흔들리던 정부는 경제법적 적용을 선택, 재계의 손을 번쩍 들어주었다.

25일 발표된 노동부의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대책은 한마디로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묶어두겠다’는 뜻이다. 공정거래법·약관법·보험법을 기본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 징표를 떼겠다는 것이다. 물론 사족으로 노동법적 보호방안 대책도 빼놓지 않았지만 지난 6년간의 논의과정을 모두 무위로 돌린 노동부가 과연 이를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합의 불구, 다수가 보호대책서 배제

정부 보호대책은 특수고용노동자 다수를 배제하고 있다.

정부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보조원, 레미콘자차기사에 대해 산재보험법,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및 약관법 등을 통해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4개직군 만을 보호대상으로 선정, 특수고용노동자 내부를 분열시키고, 다수의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외면했다.

물론 특수고용직은 직군별로 다양하고 차이도 크지만 공통점은 모두 개인위탁사업주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노사정대표자회의 특수고용 실무회의에서도 논란을 벌였지만 4개 직군 외 덤프 및 화물차 지입차주, 애니메이션 작가, 간병인, 철도유통을 포함해 논의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다. 이에 기준해도 다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아예 보호대상에서 배제된 것이다.

2005년 8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특수고용노동자는 모두 63만명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지난 9월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에서 조사한 실태에 의하면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이미 100만명을 넘었다. 4대 직군별 인원은 레미콘(2만), 학습지(10만), 골프장경기보조원(2만), 보험설계사(25만) 등 약 40만명만이며, 정부 기준에 의하면 나머지 60만명 이상은 아예 보호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다양한 직군과 규모조차 파악되지 못한 조건에서 4대직군 우선적용은 보호대책으로서의 의미를 이미 상실할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은 사장님으로 인정

둘째, 경제법적 적용은 보호대책이 되지 못한다.

경제법 적용의 문제는 ‘노동자냐, 사장이냐’는 갈림길에서 ‘사장’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대책이다. 100만 특수고용노동자의 요구와는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약관법이나 공정거래법은 자유로운 경쟁이나 거래의 공정성 보장을 목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이 법의 실효성도 보호의 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적인 감독과 시정명령 등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에 달려있다.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탈법·불법행위에 대해 노동부조차 해결 못하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셋째, 산재보험 적용, 2003년보다 후퇴한 안으로 산재보험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정부의 보호대책 중 하나인 산재보험 적용방안도 지난 2003년 방안보다 후퇴시켰다. 2003년 정부는 산재보험을 전면적용하고 2005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뒤엎고 전향적 안으로 포장하여 발표한 산재보험 적용은 후퇴안이며 기만적 안에 불과하다.

정부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으로 보험설계사·골프장 경기보조원·학습지교사·레미콘기사만 명기하고 나머지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배제하였다. 적용방법도 노동자에게 50%를 부담시켰다.

산재보험법에 의하면 상시근로자 1인 이상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상용, 일용, 임시직 등 고용형태나 명칭과 상관없이 전면 적용된다. 급여 또한 노동자의 급여에서 공제하지 않고 전액 사업주가 부담하게 되어 있다. 반쪽자리 산재보험 적용을 요란스러울 정도로 과대포장하고 있는 정부의 의도는 국민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

넷째, 정부의 보호대책은 ‘전 노동자 특수고용화’에 날개 달아주고 있다.

자본이 특수고용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사업상 위험부담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인건비 절감 및 노조 무력화를 꾀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화하면 효과적인 노동통제는 물론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면할 수 있어 자본에게는 달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자본에게 정부의 보호대책은 날개를 달아주었다. 정부 스스로 노동법 적용이 아닌 경제법 적용으로 개인사업주화를 인정해 버렸으니 자본은 맘 놓고 노동자들을 특수고용노동자로 전환시켜 버릴 것이다.


노사에 책임 돌리는 정부

특수고용노동자의 보호대책은 ‘노동자성 인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상수 장관은 25일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 차이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실질적인 애로사항은 해결이 안 되는 실정”이라며 책임을 노사에 돌렸다. 과연 그런가?

그동안 특수고용직 관련 논의는 정부주도로 6년간 진행되어 왔다. 정부와 재계는 ‘준근로자’, ‘유사근로자’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인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노조법 적용은 기본이며 근기법 적용을 어떤 수위에서 할지의 문제였다. 25일 정부의 대책은 과정상의 모든 논의를 무위로 돌려버렸다. 오직 노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정부는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민주노총은 빠른 시일 내에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호 방안으로 정기국회에 입법발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입법발의안은 실질에 맞게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법에 의한 보호를 강화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함께 법개정 투쟁을 전면적으로 벌여 나갈 것이다. 정부도 더 이상 노동자들을 기만하지 말고 노동3권을 포함한 노동법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만이 노사관계 파탄을 막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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