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2시에 인력공단에서 고용허가제 일원화 관련 토론회를 한다고 합니다. 혹시 취재 오시나 궁금해서 전화해 봤습니다.”

추석연휴 초입인 지난 2일 오전 11시께 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받은 전화 내용이다.

아니, 추석연휴에 갑자기 웬 토론회? 그리고 노동부는 출입기자들한테 아무 말도 없었는데?

2일 국무조정실이 갑자기 주최한 토론회의 전말은 이렇다.

당초 국무조정실은 추석연휴에 완전히 끼인 10월4일 인력정책위원회를 개최해 국무조정실 주축으로 이뤄지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 등 연수추천단체의 대행기관 편입을 골자로 한 고용허가제 일원화 방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토론회를 거치겠다는 것으로 태도가 바뀐 것이다.

이날 자리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공개적으로 한 번도 밝힌 바 없는 고용허가제 일원화 관련 국무조정실 조정안이 발표됐다. 내용은 지난달 19일 <매일노동뉴스>를 통해 공개된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이것을 갖고 관련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기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토론회여서 기자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고용허가제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비판까지 받는 문제에 대해 토론회는 열지만 언론에는 알리지 않은 것이다.

실제 이날 참석한 이주노동자지원단체는 토론회가 열리기 사흘 전인 지난달 29일 처음 연락을 받았다고 하다. 한 관계자는 “추석연휴가 낀 상태에서 갑자기 토론회를 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추석연휴가 끝난 뒤인 9일 이후 하자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요식행위’라는 냄새를 지울 수가 없다. 결국 정부의 밀실행정이라는 비판 앞에서 정책결정 시기를 늦추긴 했지만 ‘진정성’이 의심받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노동부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는 공개토론회는 아니었다”며 “각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만들어진 국무조정실 조정안에 대해 노동부도 일부 반대하고 있고 이주노동자지원단체의 의견수렴도 필요해서 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반대에 부닥치고 있는 연수추천단체 대행기관 편입 방안을 정부가 일방처리를 포기하고 시기를 연기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정부의 진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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