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로드맵 노사정 합의 여파로 '균열'이 간 양대 노총 관계가 북한직총과 함께 해 왔던 노동자 통일운동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양대 노총 통일담당 임원과 만나 남북한 노동자 연대사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양정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통일운동은 양대노총뿐만 아니라 북쪽 조선직총과의 3단체가 연대하는 사업”이라며 “남쪽의 양대노총이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지속적인 연대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노사관계 로드맵만큼 중요한 일도 없지만, 민족적으로 봤을 때는 ‘통일’이라는 것이 보다 높은 차원의 문제인 만큼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양대노총의 갈등으로 인한 연대파기가 조선직총과 함께 하는 3자 연대사업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도 깃들어 있다.

물론 양 본부장은 “한국노총 통일사업 역시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업의 하나로, 조직의 결정을 뒤집는 사업은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현실적 어려움들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양대노총의 연대파기가 통일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양 본부장은 “조선직총에서도 ‘양대노총 간 갈등을 대화로써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해 왔다”며 “직총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총이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금강산에서 열렸던 남북 3대 노총 실무자회담에서의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1일 이후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통일사업을 위한 실무회담에 함께 나타난 것에 대해 직총 관계자들은 놀라움과 함께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고 양 본부장은 전했다.

아울러 그는 “조선직총 관계자들은 ‘로드맵 문제를 떠나서 민주노총 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총 관계자로부터 폭행당한 것은 민주노총이 사과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고도 전했다.

금융산업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을 수행하다 지난 4월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으로 발령받은 양정주 본부장을 27일 만나 최근 양대노총 갈등으로 인한 통일사업, 지난 5개월 동안의 한국노총 대외협력사업 평가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통일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금강산에서 3대노총 관계자들이 실무회담을 열었다. 6.15 광주 행사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월 남쪽 노동계 대표단 방북 무산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직총의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북쪽에서는 항공료와 호텔 예약비 등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고마울 뿐이다. 평양 혁명열사릉 참배로 빚어진 남쪽 내의 갈등 문제도 다뤄졌다. 많은 오해들이 풀렸다. 때문에 3대 노총은 △전쟁반대, 한반도 평화정착 △양대노총 대표단 평양 방문의 조속한 추진 △산별 및 지역조직 연대사업 강화 등에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남북운수노동자 통일행사 등 연대사업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대표단 평양방문은 남쪽 양노총이 심도 있게 논의키로 했다.”

- 양대노총이 로드맵 문제로 크게 갈라서서 통일사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통일운동은 양대노총뿐만 아니라 북쪽 조선직총과의 3단체가 연대하는 사업이다. 남쪽의 양대노총이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지속적인 연대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노사관계 로드맵만큼 중요한 일도 없지만, 민족적으로 봤을 때는 ‘통일’이라는 것이 보다 높은 차원의 문제인 만큼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양대노총의 갈등으로 인한 연대파기가 조선 직총과 함께 하는 3자 연대사업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노총 통일사업 역시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업의 하나로 조직의 결정을 뒤집는 사업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들은 있다. 양대노총의 연대파기가 통일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직총 역시 ‘양대노총 간 갈등을 대화로써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해 왔다. 직총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사업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이용득 집행부가 들어선 2년 반 동안 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는 꾸준하게 좋아졌고 좋아지고 있다. 다양한 연대 사업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들이 꽤 많이 쌓여 있다. 가장 최근에는 금강산 꿈나무 통일글짓기 대회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과 기자협회, 민족21 등이 참여해 한국노총과 공동사업을 벌였다. 물론 최근 로드맵 합의 사태로 인해 여론의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참여연대만 성명을 냈을 뿐 그 외 단체하고는 큰 마찰은 없는 상태다.”

- 한국노총 대외협력사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노총의 연대사업은 크게 발전해 왔고 성과도 많이 남겼다. 이같은 성과들을 꾸준하게 이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한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동티모르 어린이와 노동자를 돕기 위한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동티모르의 2대 수출상품인 커피를 직수입해 국내에 팔아, 그 이익금으로 어린이 교육사업, 성인문맹퇴치, 청년대학생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울러 국제사업에서는 일본 렝고와의 정기교류협정을 체결 단계에 와 있다. 통일사업은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대외협력 사업 중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대노총 공동사업과 상관없이 북한 수해돕기 운동을 더 진행해 나갈 것이다.”

낙하산 인사 반대투쟁 하다가 노동운동의 길로…
양정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지난해 6월부터 금융산업노조 위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아오다 지난 4월 한국노총 사무총국으로 일터를 옮겼다. 금융노조 선거파동으로 인한 1년여 간의 혼란과 공백을 극복하고 메워 온 인물이다.


금융노조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도 지난 2000년 12월 국민·주택노조 파업 때부터였다. 당시 한국사회를 흔들 만큼 큰 파업에 갑작스럽게 동참해 온갖 고생도 다 겪었다. 파업이 끝난 후 대부분의 간부들이 구속됐다. 그는 다행히 남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고생의 시작이었다. 소수의 남은 간부들이 파업 후유증에 시달리며 금융노조 전체를 이끌고 가야만 했던 것이다. 그 2년여 동안 최초의 금융노조 여성국장부터 총무국장, 통일국장, 교육선전본부장, 대외협력본부장, 비정규직 특별위원장, 부위원장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이같은 경력을 증명하듯 양 본부장은 “금융노조에서는 고생했던 기억밖에 없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경험들이 결국은 나한테는 스스로를 담금질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더 큰 일도 잘 헤쳐 나가라는 시련이었다는 것이다.지난 4월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을 맡자마자 양대노총 북쪽 혁명열사릉 참관 파동을 비롯해 최근에는 양대노총 갈등으로 인해 직면하게 된 통일사업의 어려움 등이 그에게는 시련이라면 또 하나의 시련이 됐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경험이 이같은 도전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고 지금의 시련 또한 앞으로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것이 그가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하게 노동운동을 해 나갈 수 있는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91년 기술보증기금에 입사해 바로 분회장을 맡았다. 신입사원이 분회장을 맡는다는 기술보증기금노조의 전통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노조 활동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낙하산 인사 반대투쟁을 계기로 그의 마음은 보다 굳어졌다. 노조가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경부 산하 국책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의 특성상 낙하산 인사는 이전 정부에서는 빈번했지만 분회 차원에서 이를 반대하며 출근저지를 위해 사무실 문을 닫아버리고 버텨낸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재발약속만을 받고 인사 자체를 철회시키진 못했지만 그 사건은 결국 그를 노조위원장이 되게 만들었다. 그가 노조위원장이 된 것은 지난 97년이다.


양 본부장은 “분회장을 맡을 당시에는 말단 직원에 불과했지만 우리의 자존심이 걸렸던 낙하산 인사 반대투쟁을 하면서 이같은 부당함에 맞서려면 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며 “노조의 힘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활동을 하면서 결국 여기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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