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로드맵 노사정 합의 여파로 '균열'이 간 양대 노총 관계가 북한직총과 함께 해 왔던 노동자 통일운동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양대 노총 통일담당 임원과 만나 남북한 노동자 연대사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국노총이 이용득 위원장에 대한 폭행사건을 항의하기 위해 민주노총 앞에서 집회를 열었던 지난 12일. 진경호 통일위원장은 민주노총 관계자들 중에서도 표정이 가장 어두웠다. 어떤 부문의 운동보다도 ‘연대’를 생명으로 하는 통일운동이지만 서로 ‘해체’를 주장하게 된 이상, 남북노동자 교류사업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진경호 위원장은 “6.15 공동선언과 조국의 자주통일에 동의한다면 함께 하는 것이 통일운동의 기본적인 속성이지만, 연대파기를 선언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조선직총과 양대노총이 공동사업을 벌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면서도, “지금 이용득 위원장과 조준호 위원장이 손잡고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통일운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만 심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당분간 떨어져 있자”는 말이다.

진 위원장은 “양대노총 통일담당자들이 일상적인 정보교류나 인간적인 관계까지 중단하는 것은 과도하지만, 연대파기와 공조파기를 선언한 각자 총연맹의 입장을 존중해 줘야 한다”며 ‘조선직총-민주노총-한국노총’의 3자 연대 사업은 당분간 중단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후 중앙차원에 집중됐던 남북교류사업을 과감히 축소하고 지역, 산별 협력으로 확대하면서 어려움에 닥친 중앙차원의 통일운동 사업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7, 18일 금강산 실무회담에서 북쪽에 양노총 위원장의 동시방문이 아닌 순차적 방문을 제안했다. 양대노총의 사정과 특별한 정세가 이유라는데, 그게 뭔가.
“9.11 합의 이후 양대노총 갈등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북쪽은 양노총의 동시방문을 촉구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부탁했다.”

- 하지만 북쪽 조선직업총동맹은 양대노총의 단결을 강하게 주문했다. 어떻게 보나.
“직총은 남쪽 언론들이 보도한 수준으로 양대노총 관계와 한국의 노동운동에 접근하고 있다. 남쪽의 노동운동에 대해 세세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도 노동운동은 기본적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노총이 단결해야 한다는 북쪽 주장은 통일운동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운동에서 제기되는 가장 우선적 원칙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일운동은 6.15 공동선언과 자주적 평화통일에 동의하는 사람은 모두 함께 한다는 것이 본질적인 속성이다. 여기에 비춰보면 노동현안에 나서는 이런 저런 갈등이 있더라도 6.15 공동선언과 자주통일에 동의한다면 적어도 노동자 통일사업은 함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지를 북쪽이 표명한 것이다.
사실 직총은 한국노총에 많은 공을 들였다. 양노총과 직총의 3자 교류연대사업 역사가 7년째 인데 양대노총이 결정적으로 관계가 파탄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 그러면 북쪽은 남쪽이 제안한 위원장들의 순차적인 방북을 반대한 것인가.
“정세를 보면 남북의 노동자가 한반도에 평화실현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세노총의 공동사업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순차적인 방문을 제안했지만 북쪽은 통일운동의 기본적 속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완곡하게 거부한 것으로 보면 된다.”

- 9.11 노사정합의 이후 양대노총 관계가 악화됐는데도 이번 실무회담에 함께 가지 않았나.
“실무회담은 사전에 세 노총 간에 합의된 내용이다. 설령 대의원대회 전부터 한국노총과의 공조파기가 민주노총의 일반적인 정서였다고 하더라도 가서 직총에게 민주노총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전달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도리이다. 연대사업의 당사자로서 기왕에 예정돼 있던 것을 진행한 것이다.”

“양대노총 공동 통일사업, 조합원들 수용못해”

- 실무회담이 끝난 다음날 바로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의 여대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6.15 공동선언 등에 동의하면 누구나 함께하는 것이 통일운동의 속성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이후 3자 연대 노동부분 통일운동은 어떻게 되나.
“총연맹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은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기본 원칙과 방향이다. 아무리 통일운동이 독자의 고유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치더라도 민주노총의 기본 방향에는 복무해야 한다. 양노총 위원장의 동시 방북이나 양노총과 직총의 공동행사는 이런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서 상당기간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은 분명하다.”

- 통일사업 담당자로서 다른 고민이 없나.
“솔직하게 이 시기에 양대노총이 북쪽에 함께 가는 것은 통일운동에 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그림이 흐려지게 할 수 있다.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 아무리 통일운동의 기본적인 속성이 있다 하더라도 노동기본권을 팔아먹은 한국노총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손을 잡고 북쪽에 가는 것은 조합원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렇게까지 통일운동을 해야만 하나라는 인식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대의원대회에서 연대파기를 결정하기 전에도 순차적인 양대노총 방문을 설득하려고 나간 것이다.”

“안타깝지만 서로 양해, 존중하자”

- 현재 노동자 통일사업은 양대노총 연대사업이 아니고 북쪽도 포함하는 3자 연대 사업이다. 예외를 둘 수 있지 않나.
“두 가지 문제다. 다른 의결기구도 아니고 총연맹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다. 분명히 충돌되는 지점은 있지만 여기에 복무하는 것이 대중조직운영의 기본원리다. 아까도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고민해보자. 이용득 위원장과 조준호 위원장이 지금 당장 손잡고 조국통일을 외치면 남쪽 노동자들에게 어떤 효과가 있겠나. 불필요한 논란과 내부단결을 저해하게 된다. 특히 총파업을 앞두고 더욱 그렇다. 지금 양대노총이 동시에 방북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야합에 대해 대오각성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 하지만 한국노총 통일운동 담당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통일연대사업에서 양대노총의 연대는 계속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통일사업 관계자들끼리의 상호 정보교류나 인간관계 중단까지 가는 것은 과도하다. 하지만 서로 내부 방침은 존중해 줘야 한다. 한국노총도 마찬가지로 총연맹 차원의 입장이 있다. 각자 총연맹 차원에서 연대파기와 공조파기라는 입장이 있는데도 ‘연대는 계속 한다’는 식의 모양새는 안된다. 서로 입장을 존중해주면서 풀어야 한다. 원칙을 내세우는 선명성 경쟁은 통일운동의 자세가 아니다.
한국노총도 지금 시기에 양노총 위원장 공동방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현실적 어려움 밝혔다. 민주노총도 상호 양해하고 이런 입장에서 북쪽에 전달했다. 한국노총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칙론으로 얘기했다고 본다.”

- 북쪽에서 마음이 상하지 않겠나.
“정말 가슴 아프다. 남쪽 대표단 방북이 무산된 7월18일에는 (계획대로 일정을 준비한) 북쪽에서 비행기만 뜬 것이 아니고 조선직총이 평양시민들을 상대로 환영행사까지 조직한 상태였다. 이래저래 북쪽 직총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당시 3자연대를 원칙으로 (일방적으로 방북 취소를 통보한) 한국노총의 결정을 존중해줬다. 이런 방향으로 가야하는게 맞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서로 이해하면서 당분간 3자 연대 사업 중단을 양해해야 한다.”

“지역, 산별 교류사업으로 어려움 극복”

- 그런 입장을 세우기까지 갈등되는 지점은 없었나.
“한국노총 내에서도 통일사업을 하는 동지들은 개혁적인 사람들이 다수이다. 이번 사태 때문에 그들의 입지가 노총 내에서 축소되면 어쩌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런 동지들을 우리가 지지해주고 지원해줘야 하는데 큰 틀에서 결정적인 관계가 틀어져 불가피하게 소원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는 안된다. 대의원대회 결정 등 두 조직의 방침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자주교류 사업과 관련해 총연맹이 관장하는 사업을 과감히 축소하고 산별연맹과 지역본부로 이관하는 계획이 있었다. 오히려 이번 중앙차원의 통일사업 어려움을 계기로 현장 조합원들이 참가하는 교류협력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전교조, 운수연대의 산별교류사업에 이어 11월 초에는 보건의료노조, IT연맹, 서비스연맹, 화학섬유연맹이 공동으로 금강산 기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계획에 대해 이번 실무회담에서 조선 직총이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 가능한한 최선의 방법으로 환대하기로 했다. 또 정보통신, 수산업노동자 등이 제기한 산별, 지역별 교류협력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방식으로 돌파하면 양노총 공동사업의 정치적의미 축소를 감당하더라도, 대중적으로 민족공조 분위기를 높일 수 있는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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