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머, 용접기, 용역 경비에 이어, 26일에는 고가 사다리와 물대포가 충남 부여에 등장했다. 22일부터 시작된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 강제폐쇄 과정은, 일선 관청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아수라장을 연출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셈법대로, 100곳이 강제폐쇄됐다고 봤을 때, 자진탈퇴 등 무혈입성한 곳은 4~5곳밖에 안된다.

복잡한 건 빼고, 간단한 질문 몇가지를 던져보자. 첫 번째 질문. 노조 사무실을 빼앗긴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이 이제 뭘 할까? 농성, 집회, 1인 시위, 구청장실 항의 방문…, 등등. 활동가 입장에서도 ‘뻘쭘’할 것이다. 이제 출근할 사무실도, 앉을 의자와 컴퓨터도 없는데, 뭘 할 것인가. ‘싸움’ 말고는 할 게 없다. 상시 투쟁체제가 갖춰졌다.

두 번째 질문.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원래 과격한 사람인가? 각 지부 활동가들은 사무실 강제폐쇄에 항의하며 멱살잡이를 했다. 소화기를 뿌리며 저항한 지부도 있다,공무원 채용 시험장 앞에 긴 줄은, 보장된 정년과 밀리지 않는 월급, 안정된 노후연금 때문이다. 그 '안정성'을 택한 얌전한 사람들이 과격해 질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세 번째 질문. 이번 행자부의 강제폐쇄로 공무원노조의 조직력은 약해질 것인가? 조합원 수가 줄어들 것은 거의 확실하다. 희생자구제기금까지, 2만원 이상의 조합비를 내는 8만여명의 조합원 중 일부는, 조합비 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가 줄어드는 만큼, 남은 사람들의 조직력은 강고해 질 것이라는 점이다. 고 정운영 선생의 표현대로 '반동의 반동은 반동을 부르'게 마련이다.

행정자치부의 와해 방침이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탄압받는 쪽도 독해지게 마련이다. 조직이 반토막 나고, 또 반토막 나는 과정에서 ‘결사대’가 꾸려질 것이다. 주장은 점점 과격해 질 것이고, 투쟁 방식은 더 극한적이게 될 것이다. 잃을 게 없을 때, 사람은 무모해지거나 용감해진다. 그리고 질기게 오래 버틸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짐작컨데, 그때 쯤 되면, 군대가 나서기 전에는 어쩔 방법이 없다. 경찰로는 어림없다. 이미, 행정자치부는 적법의 한계를 넘나들며, 노조와해 작업을 하고 있다.

마지막 질문.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정부는 사무실을 폐쇄하려고 할까? 공무원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기자가 주변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딱 부러지게 답할 말이 마땅히 없다. 노조의 주장처럼,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에 앞장서는 노조가 부담스러워서일까. 노조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고 부르는 정부혁신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일까. ‘야박하게’ 말하자면, 신생조직인 전국공무원노조는 정부정책 운영의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만큼 사업을 ‘잘하지’ 못한다.

사무실 폐쇄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이 지출됐다. 폐쇄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게 확실하다. 그런데, 뭐가 더 좋아진 건지 기자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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