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외국인력제도와 관련, 산업연수제가 폐지되고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될 예정인 가운데 그동안 사업연수생의 사후관리 업무를 담당해온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 등 기존의 산업연수추천단체도 고용허가제 운영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정부가 올 초부터 비공개로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 산업연수제 대행기관들은 현지에서 면접과 채용까지 하는 선발 기능을 비롯해 사증발급인정서 발급업무, 외국인노동자 취업교육, 외국인노동자 사후관리까지 하는 것은 물론 대행수수료도 징수·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포기하고 산업연수제로의 ‘회귀’하는 것이라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매일노동뉴스>가 단독입수 한 국무조정실의 ‘산업연수제 폐지에 따른 고용허가제 운영체계 개선 방안’과 노동부의 ‘고용허가제 업무 대행기관 세부운영방안’<사진>에 따른 것이다.


정부, 8차례 비공개 회의…‘도덕성’ 타격

이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고용허가제로 일원화 확정·발표한 이래 정부는 10월과 12월 국무조정실 주재로 ‘제도 일원화 이후 대행기관의 운영방안’에 대한 관계부처 회의를 진행, 이 때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주관기관으로 대행업무 전반을 관리하도록 하되, 기존 사업연수추천단체(중기협 등)도 일부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2월3일부터 8월3일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관계부처 회의를 가져왔으며 이 자리에서 ‘고용허가제 기본틀을 유지하되 산업연수생 연수추천단체도 고용허가제 대행업무에 일부 참여시키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논의해왔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정부가 한창 논의를 시작하던 시기에도 산업연수제 대행기관을 포함시키는 방향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해오던 것과는 달리 이미 지난해말부터 이같은 방향을 정해 올 2월부터 실무회의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지 선발부터 사증발급까지 대행기관 담당

<세부운영방안>을 보면 ‘대행기관’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외에 중기협,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건설협회 등 현행 산업연수생 추천단체가 모두 포함돼 있다.

이들 대행기관은 내국인 구인노력 단계부터 개입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사용자가 내국인 구인노력을 인터넷이나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직접 할 수 있으나, 대행기관에서도 대행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고용허가서 발급신청도 고용허가 신청서식에 대행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재토록 했다.

또한 이들 대행기관은 현지 면접과 채용까지 선발에까지 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행기관이 사용자 대신 고용지원센터에서 알선한 외국인구직자명부 내에서 기능테스트 및 면접을 실시토록 하고 있으며, 면접 선발에 따른 제반 소요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 이는 건설업부터 우선 실시하고 타업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증발급인정서 신청·수령도 대행기관이 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절차는 대행기관 각 지사에서 신청·수령해 산업인력공단본부로 송부하면 국가별로 분류해 일괄 우편 송부하다는 것이다.


대행기관 ‘노동자’에도 사후관리비 부담

외국인노동자의 입국 이후 사후관리도 사실상 이들 대행기관의 몫이다.

원칙적으로는 취업교육은 산업인력공단 총괄계획 하에 대행기관에서 도입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행기관의 경우도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취업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외국인고용법 제18조에 의거한 노동부장관의 ‘취업교육기관 지정·운영기준’에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는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관리의 경우 정부는 “현행 제도에서는 사후관리업무에 대한 역할 분담이 불분명하다”며 “각종 신청, 신고, 고충상담 등 외국인노동자의 고용 및 생활지원 관련 전반적인 사후관리는 원칙적으로 대행기관에서 담당한다”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대행기관에도 산업인력공단 지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범위의 전산사용권한을 부여키로 하고 있다.

이들 대행기관들은 대행수수료 및 사후관리비를 사용자뿐만 아니라 ‘외국인노동자’한테도 챙겨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고용허가제 하에선 업무대행료(4만1천원), 취업교육비(19만8천원)는 사용자가 부담토록 하고 있으나 <세부운영사항>에서는 업무대행료 및 취업교육비는 사업주가, 사후관리비는 사업주 및 노동자에게 각각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다. 즉 고용허가제에서 사라진 외국인노동자 사후관리비 부담이 다시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현행 산업연수제 하에서의 사업주가 1년에 8만원, 외국인노동자가 1년에 28만8천원(월2만4천원)씩 사후관리비를 내야 한다.

산업연수제로의 회귀?…노동부 뭐했나

현재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재의 8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이 같은 조정안을 만든 뒤 9월 현재 노동부 주재의 관계기관 TFT를 구성해 세부운영방안을 확정지으려고 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 같은 검토방향을 근거로 해서 세부 시행계획 마련하고 국무조정실로 넘기면 외국인력정책위가 이달말 심의해 최종안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같이 최종안이 마련되면 11월 업무별 세부개선방안을 최종확정하고 전산시스템을 개선하고 12월 관련 규정 제·개정, 대행기관 직원 직무교육, 대행수수료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고용허가제로 일원화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고용허가제의 원칙에 크게 어긋나는 것으로 결국 산업연수제로 회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고용허가제는 기존 산업연수제 하에서의 송출비리를 근절하고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 대행기관의 개입을 배제시키고 ‘국가 관리’를 원칙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업무 대행기관 세부운영방안>는 산업연수제 하에서처럼 중기협 등 대행기관이 거의 전 단계에 개입하고 대행수수료 및 사후관리비까지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은 고용허가제의 취지를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노동부는 고용허가제 주무부서로서 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고용허가제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연수추천단체의 기득권을 보호하는데 무기력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 밀실 논의”…이주노동자단체 반발 거세

이주노동자단체들은 이미 짐작했지만 정부가 이렇게까지 준비했는지 몰랐다며 분노하고 있다.

최현모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 산업연수제 폐지 논의 시점부터 중기협 등은 고용허가제를 계속 흠집 내며 일원화에 반대하다가 이제 와서 자기 입지가 모호해지니까 고용허가제도 들어와 계속 이권을 챙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처음부터 이 같은 논의를 밝히지 않고 밀실에서 진행해오더니 결국 고용허가제의 원칙을 훼손하고 해외선발에서 사후관리까지 다 맡기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것이 산업연수제와 무엇이 다르냐”고 따져 물었다.

현재 이주노동자단체들은 정부의 고용허가제 대행기관 운영방안에 대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로 “중기협 등 연수추천단체의 대행기관 참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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