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을 적용해 특수고용직 4개 업종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의 ‘특수고용직 보호대책’을 마련해 다음 주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노동부는 “현재의 논의 속도로 볼 때 이달 안으로는 정부안을 제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는 “관계부처끼리 미리 입을 맞춰놓고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 "9월내 정부입장 발표 어려워"

<한겨레>는 13일자 1면 보도를 통해, “정부는 보험설계사에게 목표를 강요하거나 골프장 경기보조원에게 새벽·심야 출퇴근을 강요하는 행위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제하는 등 ‘특수고용직’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노동부 한 관계자는 “애초 9월내로 정부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논의 진행 속도가 더뎌 부득이하게 입장 발표시기가 늦춰질 것 같다”며 “<한겨레> 보도는 오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부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노동계는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위원장은 “13일 보도는, 노동부가 11일 열린 8차 노사정대표자회의 특수고용직 실무회의에서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 경제법을 적용해 규제하는 내용은 추후 다시 논의하자’고 밝힌 지 이틀만에 나온 것”이라며 “노동부가 노동계의 뒷통수를 치기 위해 작정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정부 '특수고용 보호대책', 7월께 골격 완성

한편, 논의 속도가 더뎌 정부안 발표 시기가 미뤄질 것이라는 노동부 입장과 별개로,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들은 ‘특수고용직 보호대책’의 골격을 이미 마련해 놓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대책추진위원회’의 회의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 관련 부처들은 이미 지난 7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레미콘 기사 등 4개 직종에 대한 실무 논의를 마친 상태다. 또, 7월 말부터 시작된 화물·덤프 기사, 대리운전·퀵서비스 직종에 대한 실무논의 역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험설계사 등 4개 직종에 대한 주요 결정 내용은 ‘경제법적 보호방안’을 추진하되, ‘노동자성 문제는 장기적 과제’로 남긴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는 △학습지교사·골프장경기보조원을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용역위탁거래분야로 고시·보호 △특수형태근로자의 계약서를 약관법상 약관으로 보아 ‘부당한 계약 해지’ 등 불공정한 약관에 대해 적극적 시정조치 △거래 상 지위 남용 등 공정거래법 금지규정 위반사항에 대한 적극적인 법집행을 통한 개선 추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불공정행위에는 △목표 강제·대납 요구·강제 출근·홍보 강요(학습지, 보험) △출전 제약·벌당 등 불이익제공행위(골프장) △부당한 계약해지(골프장, 학습지, 보험) 등이 포함됐다. 한편, 레미콘 기사와 관련해서는, 출근배차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운송회사) 행정지도 한다는 내용만이 담겼다.

또한 이들 직종 종사자에 대한 모성보호 및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향후 노사정 논의 의제로 제출, 여기서 합의되는 내용을 토대로 보호대책에 반영키로 했다.

노동계 "정부의 노동자성 부정에 강경대응"

한편, 언론을 통해 조만간 정부의 특수고용직 보호대책이 발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부를 규탄하는 노동계의 공식 입장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노동자성 부정 움직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화물연대는 13일 긴급 성명을 통해 “2003년 5월, 2005년 10월 등 화물연대의 물류파업을 계기로 정부와 여당이 수차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논의를 공언했음에도 이번 정부방침에서는 아예 논의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면서 “정부와 여당의 기만적이고 이중적인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지금까지 결코 겪어보지 못한 위력적인 투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여성노조,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도 여성계의 입장을 담은 공동성명을 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대책추진위는 노동3권 보장문제는 물론, 모성보호 제도와 직장내 성희롱 대책도 포함하지 않은 대책안을 폐기하고, 관련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은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본다면 결국 ‘노동자성 문제’는 다루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지난해 공개된 노사정위 공익위원 검토의견보다도 지엽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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