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9.11 테러'라고까지 불리는 노사정 로드맵 합의는 뜻밖의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는 정부가 ‘180도’ 마음을 바꿔먹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정부는 무엇을 두려워하며 왜 돌연 마음을 돌린 걸까?

노동부는 우선 토요일인 지난 9일 밤 남은 로드맵 과제 9개 중 7개가 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10일 오전 방영될 KBS 일요진단을 녹화한 뒤 다시 노사정 협상장으로 가서 이 같은 타결을 이뤘다. 때문에 실제 방송 시청자들은 “조건부 3년 유예 수용” “결렬시 1년 유예 입법유예”란 강경한 이 장관의 발언을 들었지만 이미 이 때는 남은 2개 쟁점에 대해 한국노총이 ‘조건부 3년 유예’를 받을지 말지만 남은 상황이었다. 결국 한국노총은 '조건부는 안 된다'고 판단했고 단식농성 등 배수진을 치게 됐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일요일 하루를 꼬박 고민한 끝에 한국노총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노동부는 “이미 7개가 타결된 마당에 2개 쟁점은 노사합의를 존중해서 수용해야 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음을 돌려먹은 ‘진짜’ 이유는 이보다는 ‘정치적’ 판단 때문이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악화될 대로 악화됐던 노-정 갈등의 ‘악몽같은 추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대선을 고려할 때 한국노총과의 반목은 결코 정치적으로 유리할 게 없다고 본 것. 실제 이번 협상과정에서 후퇴된 안을 내놨지만 ‘조건부 3년 유예’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해 오던 노동부가 하루아침에 입장을 번복한 것은 경제부처를 비롯한 청와대, 국회 등 정치권의 압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로드맵 협상 내내 정부가 가장 크게 ‘고려’했던 것은 한국노총을 버리고 갈 것인지, 안고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한국노총과의 관계’였다. 결국 정치적 판단으로 한국노총을 ‘안고’ 가기로 결정한 것이란 설명이다.

또 하나 노동부가 입장을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단독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결국 협상이 결렬돼 정부 단독법안 제출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고 보고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헌법 개정보다도 어렵다는 노동법 개정을 하려면 결국 노사정 합의를 통한 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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