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후속작업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동부와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에 관한 규정을 이미 확정했다. 이는 조만간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내용을 놓고 벌써부터 “간접고용을 늘리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 및 관리에 관한 규정제정(안)’(비정규 규정)에 따르면 정부는 합리적인 비정규직 사용관행을 정착시킨다는 목적으로 이를 제정했다. 이 비정규 규정은 지난달 30일 국무조정실장에게 공식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규정은 1장 총칙을 비롯해 2장 합리적 비정규직 사용 및 외주화, 3장 비정규직 관리체계 및 점검평가, 4장 추진체계 구성·운영 등 모두 20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쟁점은 역시 2장에 규정된 합리적 비정규직 사용 및 외주화다.

2장은 △기간제근로자 사용 원칙 △차별시정 △차별에 대한 고충처리 △노동관계법 준수노력 △외주화 원칙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기간제근로자 사용원칙에 대해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반복적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근로자)가 담당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는 예외로 한다고 밝혔는데 이유에는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 사회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해당직종의 고유제도로 인한 계약, 휴직·파견으로 인한 결원이 포함됐다. 또 조교·수습생 등 수련과정 인력,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한 고령자, 정부의 복지·실업대책 등에 의한 일자리 제공, 업무량 증가기간 동안 최소 인력, 구조조정 계획 확정 때 한시적 사용 등 9가지가 열거됐다.


이같은 예외조항에 대해 최근 철도공사는 대책을 마련하며 고령자를 광범위하게 사용해 비정규직을 계속 유지시킨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하지만 훈령에서는 이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차별시정 조항에는 기간제, 시간제,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무기계약근로자, 통상근로자, 직접채용 근로자에 비해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차별에 따른 고충처리를 위해 각 부처의 장이 인사담당부서장 등을 ‘비정규직 고충처리 담당자’로 지정, 운영해야 한다고 정했다.

노동부 장관은 이들 기관의 고충사례를 정기적으로 점검·분석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노동관계법을 준수하는 노력을 하고 중앙인사위원장, 행자부 장관, 노동부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관할 기관의 인사노무담당자에게 노동관계법 등에 대한 교육을 전담하는 교육기관을 지정,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제기는 ‘외주화 원칙’에서 나왔다. 규정은 설립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주변적인 업무에 대해 외주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시장임금수준보다 불합리하게 낮은 임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외주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문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핵심업무, 본연업무에 대해서도 외주화할 수 있다고 한 지점이다. 규정은 △고도의 전문기술, 고가의 시설·장비, 대규모 인적·물적 네트워크 등을 필요로 해 자체 충당이 곤란한 업무 △상시적 업무이지만 단시간 또는 간헐적으로 수행돼 해당인력을 직접 고용하면 지나치게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를 들었다. 또 △외주화에 의해 ‘규모의 경제효과’ 등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크고 명백한 경우 △내부 노동시장의 특성으로 임금 등 처우를 시장수준에 맞추기 어려운 경우 △공공부문의 생산성, 서비스 질 제고 등을 위해 민간부문과 경쟁시킬 목적으로 병렬적으로 설치된 유사·동일업무 부서 중 일부를 외주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주업체 선정에 어려움이 없고 외주업체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업체로 신속한 대체가 가능할 것, 공익성·공공성 훼손 가능성이 낮을 것, 업무수행에 일정정도 독립성이 보장될 것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조순경 교수(여성학)는 “지나치게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나 규모의 경제효과 등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큰 경우 등 용어 자체가 막연하다”며 “해석하기 나름이어서 모든 업무를 외주화 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정부에서 원칙을 얘기하며 외주화를 부추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정규직을 줄이라는 것은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없애 외주화시키라는 얘기”라고 꼬집어 말했다. “간접고용을 늘리는 데 기여를 하고 양극화에 대단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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