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1일 밤늦게까지 ‘노사관계 로드맵’과 관련해 관계자들을 만나고 1일 늦은 밤 여의도 한 포장마차에 나타났는데요. 로드맵의 핵심사안인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복수노조 허용’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요즘 이 위원장은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 이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ILO 아태총회가 열린 부산에서 철수한 이후 31일, 1일 양일간 노동계의 의견을 담아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서인지 조금은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편안한 사람 몇 명만 불러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지난 8월18일 한국노동계 고위급 대표단 자격으로 몽골을 방문했을 당시의 에피소드 하나를 설명했다죠. 본의 아니게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의 통역을 담당한 모양이던데.

- 이 위원장은 조성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박인상 한국국제노동재단 이사장과 함께 비슷한 시기 몽골을 방문한 달라이라마를 면담했다더군요. 몽골어 통역사를 대동하구요. 문제는 달라이라마가 몽골어를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세 분은 “아차!” 했겠죠. 이 위원장은 이때부터 등에서 식은땀이 나더랍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분 단위로 쪼개진 달라이라마의 빡빡한 스케줄에서 단 2분간의 황금 같은 시간을 어렵게 확보했는데. 물러설 수 없었겠죠.

"노동부장관은 하고 싶다"

- 달라이라마는 세분에게 “Are you parliament?”라는 질문을 했다죠. 대강 “국회의원들이요?” 라는 질문인데요.

- 질문 내용은 알아들었는데, 세 분 모두 영어를 능숙하게 표현하지는 못하지, 주어진 시간은 2분이지, 듣고 싶은 말은 많지. 그래서 이 위원장은 짧고 굳게 “Yes, I am.”이라고 대답했답니다.

- 상황 돌파와 임기응변에 능한 이 위원장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달라이라마에겐 의도치 않은 거짓말을 하게 된 셈이군요. 차후에 이 위원장이 국회의원이 돼 달라이라마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해명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습니다. “그땐 본의 아니게 그랬었다”고. 그런데, 정작 이 위원장 본인은 국회의원엔 별 관심이 없다고 언급했다죠.
- 이날 이 위원장은 “국회의원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나, 노동부 장관은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 앞부분의 “국회의원은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언급은 정치권력에 줄을 서면서 의원뱃지에 욕심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만, 뒷부분의 “노동부 장관은 하고 싶다”의 ‘용심’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군요.

- 그렇죠. 그러나 너무 앞서가는 것은 곤란할 것 같습니다. 대 정부와의 교섭이 교착국면에 빠질 때면 가끔 비슷한 언급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노사관계 로드맵, 비정규직 입법 등 현안과 관련해 ‘용심’의 스트레스 정도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내가 노동부 장관이라면…” 정도의 생각이 담겨 있다는 것이죠.

- 그런데, 달라이라마와의 면담은 꽤 길어졌다죠. 달라이라마는 한반도 통일문제를 언급한 것 같은데요.

- 통역을 담당했던 이 위원장은 달라이라마가 무력이 동반된 1975년 베트남의 통일방식과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던 1990년 독일통일방식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통일은 무력을 배제하고 화해와 협력, 교류를 바탕에 두고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면담은 당초 예정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15분가량 지속되었구요.

- 이 위원장이 그래도 선방했군요.

- 식은땀은 조금 흘렸지만 통역사 데뷔전은 멋지게 치룬 셈이죠.

쇠파이프 든 경찰, 닮을 걸 닮아야지

- 경찰이 노동자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파이프와 목검을 들고 강제연행 했다면서요.

- 네, 포항건설노조에 의하면 지난 31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영주 노조 조직강화위원장을 연행하기 위해 20여명의 경찰이 출동했고 이들은 쇠파이프와 목검을 들고 폭력적으로 연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노동자들이 집회에서 쇠파이프를 손에 쥐기만 해도 경찰은 ‘불법, 폭력’을 운운하는데 이들이 직접 쇠파이프를 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데요.

- 사실입니다. 포항건설노조는 “백주대낮에 저항조차 하지 않는 노동자 한 명을 연행하기 위해 불법시위 용품을 드는 경찰이 조직폭력배와 무엇이 다르냐”고 꼬집었는데요. 물론, 백주대낮에 노동자들도 경찰의 폭력진압에 맞서기 위해 쇠파이프를 들긴 하지만, 집회 현장도 아닌 곳에서 경찰이 쇠파이프를 들다니, 대한민국의 공권력, 역시 기댈 곳이 못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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