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노조는 전력공급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는 현실적 속에서 파업에 돌입해도 사실상 선언적 파업이 될 수도 있다는 고민과 정부의 공권력 투입과 사법처리 방침에 따른 조직내부적 갈등이 파업유보의 한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법안 통과시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파업유보 후= 전력노조는 29일 파업을 두 번째 유보하면서 오경호 위원장은 "파업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파업을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여론은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 이제 정부쪽에 힘이 실렸다는 분위기다.

전력노조는 당초 30일 오전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히고, 오후 3시에 서울지역 조합원 중심으로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투쟁계획 발표는 없었으며, 오후 4시까지 50여명의 조합원밖에 모이지 않고 있어 '파업유보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전력노조 홈페이지는 조합원들이 노조 집행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글들로 뒤덮여 현장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해산명령을 시달 받은 직후 경북지역의 한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지도부가 협상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우리 지부는 발전소 분할매각에 대한 반대가 높아 이번 일로 투쟁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회사측의 출입문 봉쇄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몸싸움을 벌여 회사밖으로 나와 4인1조로 회사 근처 인근 50㎞내에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오경호 위원장도 "이번 결정에 논란이 있겠지만, 파업이 처음이기 때문에 3일에도 조합원들이 따라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3일은 어떻게= 29일 중노위 현장에서 공공연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파업에 돌입하지 않으면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이 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력노조 집행부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력노조는 마지막 조정회의가 예정돼 있는 오는 12월3일 오후 3시 서울의 한 장소에 모든 조합원이 집결할 것을 투쟁지침으로 하달해 놓은 상태다. 첫 번째 17군데 거점농성, 두 번째 여행투쟁보다 강도 높은 투쟁지침이라고 볼 수 있다.

조합원들이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조합원이 어느 정도 집결할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전체 조합원이 모인 곳에서 '일정한 성과'없이 또다시 해산명령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경호 위원장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법안 통과와 상관없이 분할·민영화 추진을 늦춰야 할 것"이라고 법안통과 저지에서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력노조측은 마지막 조정회의에서 법안에 민영화 추진시기 연기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민영화는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노조의 요구사항을 어느정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노조는 이미 진퇴양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정부의 태도변화에 따라 3일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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