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직률 하락추세는 비단 우리나라의 경우만이 아니다. EU 국가들도 1980년대 초반부터 조직률이 떨어지고 있다. 노조가 주도한 실업보험(Ghent System) 덕분에 노조가 ‘실업수당을 받으면서 구직 중’인 잠재 조합원을 조직화할 수 있었던 북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추세가 그렇다. 1980~84년과 1990~95년을 비교할 경우 오스트리아는 52.7% → 45.2%, 독일은 35.4% → 32.1%, 프랑스는 17.9% → 10.5%로 각각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의 노조는 조직률 감소를 막기 위한 전략을 도입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노조에 포함시켜 같이 대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는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독일의 노조는 비정규 형태의 고용 등장이 노동보호와 사회보장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규정, 그 자체를 반대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오스트리아 서비스노조(GPA)와 독일 통합서비스노조(Verdi)가 이러한 견해를 수정, 비정규직을 대표하게 됐다.

24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국제노동브리프 8월호>에는 Verdi와 GPA의 사례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문제를 다룬 수잔 페르니카(Susanne Pernicka) 비엔나대학 교수의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이 비정규직 조직화와 내부 의사결정기구에서의 비정규직 할당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계에는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자.

조합원의 논리, 영향력의 논리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것은 이들을 노조에 가입시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입시키는 것 외에도 자영노동자들 관련해서 2가지 차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때때로 이질적인) 조합원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화시켜야 하고, 사용자 및 정부와 맞대어 효율적인 집단적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이해단체의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노사관계 학자인 슈피터와 스트릭(Schmitter and Streeck)은 이 두 가지를 개념화해서 ‘조합원의 논리’와 ‘영향력의 논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Verdi와 GPA는 비정규직, 그 중에서도 특히 노동법상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불분명한 특수고용종사자에 대해 어떤 조직화 전략을 사용했을까.

노조의 생존과 번영의 잠재력은 노조의 역량, 즉 조합원 수, 조직률, 정부 경제정책과 단체교섭에서 노조의 영향력 등으로 평가된다. Verdi와 GPA가 특수고용종사자들의 조직화에 나선 것은 조합원 수가 감소하고 효율적인 단체교섭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쇼핑의 시대’가 도래해 사용자들이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비용을 줄이고자 하면서 정규직을 특수고용종사자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Verdi와 GPA도 특수고용종사자들을 조직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무직 노조 조합원과 이들 특수고용종사자들 간에 연대감을 어떻게 조성할지, 이해관계가 이질적인 (잠재적) 조합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지 등의 측면에서.

GPA(오스트리아 서비스노조)의 경우

GPA는 오스트리아노총(OEGB) 산하 최대 규모의 노조로, 조합원 수는 28만7,000여명이며 민간부문의 사무직 노동자들과 학생, 퇴직자들을 대표한다. 2000년 6월, 대규모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집단, 즉 특수고용종사자를 조직할 수 있는 근대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바꾸고자 했다. 2000년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통상, 유통, 금융, 보험, 사회보험, 농업 등 6개 업종별로 구분돼 '200개'가 넘는 하위조직을 갖고 있던 구조를 이해관계집단과 주요 이슈별로 구분해 '24개'로 개편한 것이었다. 바로 이해관계집단에 특수고용종사자와 파견노동자, 전문가, 임원, 사회서비스노동자, IT노동자 등이 있다.

특히, 특수고용종사자와 관련해서는 2001년 ‘work@flex(유연한 일)'라는 특별이해관계집단을 만들었고, 2003년 현재 502명(GPA의 0.17%)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Verdi의 경우

Verdi는 사무직노조, 우편노조, 금융노조, 공공서비스운송노조, 미디어노조 등 5개 부문 노조가 통합돼 설립된 유럽 최대 규모의 서비스부문 노조인데, 2001년 3월부터 특수고용종사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Verdi로 통합하기 이전에는 미디어노조만이 특수고용종사자들을 노조에 가입시켰고 공식적으로 가입이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통합 이후에는 1,000여개 직종의 노동자를 대표하며 자영업자와 실업자 등 특정이해집단도 대표한다.

Verdi 조합원 수는 280만명으로 기존 5개 노조가 각각 있을 때와 비교해 보면 1999년 320만명에서 3년 만에 40만명이나 줄었다. 하지만 조합원 중 특수고용종사자들은 2만8,000명으로 기존 미디어노조의 2만2,000명에서 1년 사이 6,000명이 증가했다.


특수고용 단체협약 체결엔 어려움

Verdi와 GPA는 조합원인 특수고용종사자들에게 법률자문이나 노동법원에서의 대표, 직업교육 프로그램과 여러 종류의 보험 등 선택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외적으로 독일 미디어노조의 경우 특수고용종사자들을 위해 ‘유사 근로자(Selbstaendiger)'라는 고용형태를 만들어 최소 수준의 보호를 보장했을 뿐 아니라 예술가 사회기금(Artist Social Fund)을 설립, 또 이들을 위한 보상기준을 교섭해 내기도 했다.

하지만 Verdi와 GPA는 자영업자들의 고용상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경제적 상황으로 특수고용종사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Verdi의 경우에는 이들의 직업교육을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려고 하지만 사용자들은 물론이고 일부 노동자들도 이런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노조 내부적으로도 어려움이 없는 게 아니다. 노조 조합원들이 동질적인 실체가 아닌데다 상이하고 다소 상충되는 이해관계 속에서 연합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노조 내부에는 △노조 상근직원 △선출직 노조 임원 △종업원협의회 위원 △일반근로자 등 최소한 4가지 이해관계자 그룹이 존재한다. GPA의 경우 선출직 노조 임원이 종업원협의회 위원을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수고용종사자들의 경우, 법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노조 직원들과 임원들 사이에는 특수고용종사자들의 노조 가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이들이 정규직들의 지위를 위협하지 않나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

Verdi와 GPA 모두 특수고용종사자들을 ‘특별이해관계집단’으로 보는 만큼 각종 노조 회의나 위원회 참석여부에서도 보통의 경우와 차이가 있었다. Verdi의 경우, 특수고용종사자들을 담당하는 노조 상근직원은 1년에 4번 개최되는 주요 연방위원회를 제외하고는 다른 위원회에 참석시키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는 특수고용종사자들이 노조 내외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관련 회의에 매번 참석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GPA에서는 Verdi보다 특수고용종사자들의 위원회 활동이 활발하긴 하지만 이들을 대표하는 임원의 숫자가 너무 적어서 의사결정권을 갖기는 어렵다.

선택적 서비스 제공만으로는 한계

이 논문은 노조는 선택적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단체협약 적용과 같은 공공재 제공에 실패했기 때문에 특수고용종사자들을 노조에 가입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어 장기간 선택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노조에도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며, 얼마 안 되는 숫자의 특수고용종사자들의 노조 가입비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현실조건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노조가 지속적으로 이질성이 커지고 있는 노동자들 간에 일부의 (특수고용종사자) 조합원을 위해 공리주의에 위배되는 집단적 정체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