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현장언론'인 노보를 짧은 시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

노동운동의 인터넷 활동경험을 정리하고, 그 발전전략을 점검해보는 자리로 기획된 '노동미디어 2000 주간' "다시 살펴보는 인터넷과 노동운동"행사 가운데 마련된 제4회 전국노보전시회가 그것이다.

월간 <작은책>이 주최하는 '노동자 현장언론, 노보를 다시 생각한다'에 가면 때론 웃으며 때론 가슴 아련하게 추억할, 노동자 투쟁의 '지난날'과 '노동자들의 언론인 노보를 생각할 수 있는 꺼리'가 고스란히 놓여있다.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창간호 모음'. 주방용 목재 가구를 만드는 곳인 코리아하이답프노조(위원장 홍중유)가 88년에 만든 '답프의 용사들'. 고려강철노조가 89년 만든 '푸른넝쿨'. 여러 조합원이 펜으로 일일이 '꾹꾹' 눌러 써 복사한 80년대 창간 노보를 지나면 타자기, 컴퓨터로 만든 90년대 창간된 노보를 만난다.

창간호는 시대에 따라 형식을 달리하지만 처음 노보를 '탄생'시키기 위해 조합원들이 흘렸을 땀때문인지 공통적으로 '뜨거움'이 전해졌다.

"병신이 병신이 아님을 보여주는 길은 죽엄(주검-편집자주)의 살, 그것과의 투쟁에서 온다". 현대중전기노조 노보인 '한마음' 37호(88년)에 펜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 그어 두껍게 적힌 문구. '노보 그 역사를 알자' 마당에 가면 겉표지를 거의 만 화로 채운 80년대 노보 부터 98년 잘 만들어진 노보 까지 줄을 잇는다. 최근(99∼2000) 노보의 흐름을 알고 싶으면 '21세기 노동운동의 미래를 여는 우리 노보 어때요' 마당이 좋을 듯 하다.

연맹 노보 중 유일하게 금속노련 노보가 창간호(74년)부터 174호(2000년)까지 '차곡' 모아져 있다. 이 밖에 벽면엔 '밟아라. 밟아라 롯데불매로 답하리라'라는 지난 여름 호텔롯데노조의 투쟁과 함께 했던 대자보 등이 전시됐고 머리띠, 모자, 투쟁복 등 '눈에 띄는 선전도구'가 중앙에 소개돼 있다.

또한 인터넷 시대인 만큼 한쪽엔 홈페이지로 제작된 노보를 직접 컴퓨터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마련돼 전시회는 소박한 크기지만 풍성한 '볼거리'와 '느낄거리'를 준다.

노보 전시회는 서울대 의대(대학로) 학생회관 1층에서 오는 3일까지 열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