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력산업구조개편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한 무조건 전면파업에 돌입합니다. " 지난달 23일 한국전력노조 집행부 간부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을 믿은 취재진은 '한전노조 오늘 파업'이라는 기사를 일제히 조간신문에 실었다. 국민은 국민대로 사상초유로 정전파동이 올지 몰라 불안해했다. 다행히 노조가 파업을 일시 유보해 국민의 불안감도 잠시동안이나마 유예됐다.

그로부터 5일 뒤인 28일, 이번에는 한전노조 지도부가 노동부 기자실을 직접 찾아 5일전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국민기업을 외국에 팔 수 없다" "생존권 차원의 투쟁이 아니다"는 등의 주장도 똑같았다.

이날 저녁에는 이남순 한국노총위원장이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않는 노조는 노동조합의 존립가치를 잃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구조조정의 1차 피해자는 노동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분노는 어느 정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또다시 신문들은 '한전노조 파업'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혁의지가 단호한데다 국민도 공기업 개혁을 바라고 있고 노조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파업에 돌입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전노조는 29일 밤 3일까지 파업을 다시 유보했다. 협상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는 변명이 뒤따랐다. 3일밤에도 다시 똑같은 '전편파업 돌입선언'을 국민들은 들어야 할지 모른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3권이 보장돼 있다. 따라서 정당한 파업은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되는 불법파업선언과 유보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기보다는 국민과 노조 모두를 위해 과감히 '철회'를 선언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