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의 울산공장 사옥 관리를 맡고 있는 아이캔(주) 소속 노동자들이 SK(주)를 상대로 한 ‘종업원지위확인소송’에서 최근 승소하고, 서울 본사 사옥 관리를 맡고 있는 인플러스(주) 노동자들 또한 같은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SK(주)의 위장도급 실태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더구나 2003년에도 유사한 위장도급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주) 노동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무효소송’에서 대법원이 ‘직접고용으로 봐야 한다’는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어 당사자들과 SK노조가 즉각적인 직접고용을 SK(주)에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고등법원 제19 민사부는 지난달 20일 아이캔(주) 소속 CLX사옥관리팀 노동자 15명이 제기한 ‘종업원지위확인소송’에서 이들이 ‘SK노동자’임을 확인하고, SK(주)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SK(주)와 아이캔(주) 사이에 체결된 용역도급계약은 진정한 의미의 업무도급이 아닌 위장도급에 해당하고 △SK(주)는 위장도급 형식으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해 아이캔(주)라는 법인격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며 △실질적으로는 SK(주)가 이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SK(주)와 이들 사이에 직접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아이캔(주)은 96년 SK(주)가 운영하는 SK신용협동조합이 전액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현재는 SK(주)의 자회사인 인플러스(주)가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인플러스(주)의 주주들과 아이캔(주)의 역대 (대표)이사들은 대부분 SK(주)의 전·현직 임원들이다. 아이캔(주)는 거의 전적으로 SK(주)의 업무만을 도급받아 그 도금금액으로 유지되어 왔다. SK(주)가 아이캔(주)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지시와 근무형태, 교육, 조직편성과 관리, 임금과 인사관리 등을 모두 직접 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 판결 이후 SK(주)는 “고법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지난 14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아이캔(주) 노동자들의 소송은 2003년 인사이트코리아(주) 노동자들이 고등법원과 대법원 확정판결을 거쳐 정규직으로 복직하면서 이 판례에 따라 동일한 사안인 자신들의 직접고용을 SK(주)에 요구했으나 거부당하면서 그해 11월 서울중앙지법에 ‘종업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2005년 4월28일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고등법원과 같은 취지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SK(주)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인플러스(주) 사옥관리 노동자 28명 역시 직접고용 요구가 거부당하자 SK노조에 가입하고 2005년 10월20일 서울중앙지법에 ‘종업원지위확인소송’을 냈다. 2006년 5월 법원이 이례적으로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으나 SK(주)의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제안을 노동자들이 그동안의 임금차액 지급 등을 요구하면서 조정은 성립되지 못했다.

SK노조는 고등법원 판결 후 △아이캔(주), 인플러스(주) 사옥관리원을 SK(주) 직원으로 복직시키고 △아이캔(주) 사옥관리원들에 대해 98년 4월1일부터 정규직 복직시점까지 지급되지 않은 임금차액 전액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하며 △소송 이후 아이캔(주) 사옥관리원에게 시행한 직무통폐합을 폐기하고 소송 이전 업무로 복귀시킬 것을 SK(주)에 요구했다.

복직투쟁과 소송을 이끌어온 이창열 조합원은 “인사이트코리아 판례와 고등법원 판결을 외면하고 SK가 대법원에 상고한 것은 최소한의 법의 합리성조차 무시하고 시간 끌기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SK는 법원 판결을 따르겠다던 약속을 당장 이행하고, SK에 만연한 불법위장도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대승적인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SK노조 관계자도 “이미 동일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 확정판례가 있는 마당에 사측이 상고해 또 한번 대법원 확정판례가 만들어진다면 SK는 위장도급과 노동자 탄압의 대명사로 이미지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라며 “법원 판결 불이행으로 지탄받는 기업이 아닌 사회공헌기업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법원 판결을 이행하고 사태를 마무리 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4일자로 SK(주)의 위장도급 실태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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