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노조가 또다시 파업을 유보함에 따라 사상 초유의 전력파업사태를 피하게 됐다. 노조측은 12월3일까지 정부의 태도가 변치않는 경우 파업에 다시 돌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관련법의 국회제정이 확실시되고 두차례 파업유보로 조직력도 떨어져 실제 파업에 돌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조측은 일단 시간을 벌면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촉진법을 정기국회에서 제정하되 시행시기를 조정,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파업카드를 쓰더라도 12월5일 예정된 양대노총 연대 시한부 파업계획 아래 움직이는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두번이나 파업을 유보한 상황은 12월3일에 가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불황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정부측이 관련 법안에 발전부문 자회사 분할과정에 고용 안정 항목을 포함시켜 파업의 명분이 약하다.

또 전력파업으로 전력공급 차질과 대형사고가 발생하거나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상황이 감당키 어렵다는 부담도 있다. 한전측은 전력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전력 파업이 유례없는 일이라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였다.

노조측이 파업후에도 원자로 조종사와 고장수리팀은 정상 운영키로 한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이외에 정부측이 한전민영화와 관련,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데다 무엇보다도 조직을 다잡고 대정부 협상과 대국민 홍보를 벌여나가며 큰판의 투쟁을 이끌어가기에 노조의 역량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측에서도 민영화라는 변함없는 정부측 정책방침만 강조할 뿐 구조조정의 피해 당사자인 노조측의 이해를 구하는데는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조측은 파업유보후 25일 열린 첫 실무회의의 경우 회의가 개최되기도 전에 결과에 대한 보도가 나가는 등 진지하게 협의할 자세는 전혀 없고 정부측도 노력하고 있다는 홍보용쯤으로 이용했을 뿐이라며 정부의 성의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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