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노조의 파업이 한밤중까지 엎치락 뒤치락을 계속한 끝에 또 다시 보류됐다.

29일 오후 2시 서울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조정회의는 노조측이 회의장 주변의 경찰배치를 문제삼아 곧바로 정회되는 등 팽팽한 긴장감을 보이면서 예정대로 파업이 강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오후 5시 회의가 속개된 이후 밤 12시까지 마라톤 협상 끝에 노사양측은 잠정적이나마 파업 유보 결론을 이끌어냈다.

이날 회의에는 최수병 한국전력 사장과 노경호 한전 노조위원장 등 노사대표 외에 정부측에서 이희범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과 박종구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이 참여했다.

○…이날 노조측은 조정이 결렬되는 순간 집행부가 연행될 것에 대비, 간부 4명을 외부에 배치하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활용하는 비상연락망을 점검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파업이 유보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전 본사의 노조사무실에는 지방 노조원으로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한 노조원은 "파업이 또 다시 연장돼 맥이 빠지지만 나름대로 지도부의 결정인 만큼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장 1층 로비에는 한전노조원 30여명이 "전력주권 사수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벌였고,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술에 취한 채 7층 회의장까지 올라와 고함을 지르는 등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전 노사 양측은 이날 쟁점인 한전의 분할. 민영화 계획과 별도로 단체협약상의 근로조건에 대한 잠정적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내용은 '20년 근속자에게 10일간, 퇴직예정자에게 한달간 휴가'를 주는 방안을 포함한 근로조건 개선사안인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파업연기에 따른 집행부측의 부담을 고려해 회사측이 작게나마 이같은 당근을 준 것 같다"고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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