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나치즘의 우월성을 전세계에 과시하고 식민제국주의의 야욕을 불태우기 위해 역대 유례없이 성대하게 개최됐던 제11회 베를린올림픽이 있었던 지 바로 70년을 맞는 해이다.

히틀러가 직접 진두지휘 한 베를린올림픽의 폐막일인 1936년 8월9일은 일제의 억압과 차별을 뒤로 한 채 통분의 질주로 결승선을 통과한 위대한 조선인 손기정이 히틀러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시킨 날이다.

일제의 서슬 시퍼런 강점기, 암울한 시기에 우리 민족 최초의 세계적인 승리이자 최고의 열악한 상황에서 이룩해낸 민족적 승리라는 사실이 식민지 그늘에서 신음하는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일대 쾌거로 충분했다.

심훈의 “오오! 조선의 남아야!” 시 말미는 이렇게 절규한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민족이라고 부를 터이냐!’

애국청년 손기정

승리의 환희와 감격이 실종된 시상대에서의 고개 숙인 식민지 청년 손기정은 세계기록을 5분이나 단축하며 우승해 획득한 금메달, 그 영광이 일본에 바쳐졌다는 슬픔을 감내하며 가슴속 깊이 나라 잃은 민족으로서 통탄의 눈물만을 흘려야만 했다.

손기정 선수의 항일정신은 이미 베를린 올림픽 참가기간 중 본경기 외의 자리에서는 일장기가 그려져 있는 유니폼을 입지 않은 것만 봐도 잘 알 수가 있다. 심지어 연습 때도 일본인 코치가 계속 권고해도 일장기가 달린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청년 손기정은 “대회 때까지 더럽히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유를 대서 그 상황을 모면했다.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우승 후 각종 모임과 행사에서도 그는 언제나 한글 이름만을 사용했고 ‘Japan’ 대신 ‘Korea’라고 기재했다. 선수촌 안팎에서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서슴없이‘Korea’라고 용기있게 대답했다.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과 친구가 된 미국의 전설적인 마라톤 선수 존 켈리는 “손기정은 매우 신념이 강한 사람이었다"며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일본인이 아니고 코리언이라고 밝혔다”고 증언했다.

1936년 8월25일의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사건’은 체육인 손기정과 동아일보 체육부 기자 이길용이라는 두 젊은이가 이루어낸 감격의 대서사극이었며, 스포츠와 언론이 이룬 민족항쟁으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베를린 스타디움의 Son Japan

나라 잃은 민족의 슬픈 역사의 그늘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베를린 스타디움의 한쪽에는 ‘MARATHONLAUF 42195m SON JAPAN’이라고 당시 우승자의 기록을 동판에 새겨 영구 보존하고 있다.

손기정 선수는 생전에도 국적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였지만 아직도 그 한을 풀지 못하고 있다.

손기정은 분명 조선육상연맹 선수로서 일본육상연맹 선수들과의 그 혹독한 경쟁에서 남승룡 선수와 함께 선발되어 베를린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IOC의 “그때 Korea는 없었습니다”가 언제까지 통용되고 우리는 계속 이렇게 무기력해야 하는 건지. ‘이것이 세계10위의 경제대국이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대한민국인가’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태극기를 단 손기정을 베를린 스타디움으로!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제패 70주년’ 기념행사가 ‘평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서울시청 광장에서 지난 8월9일 열렸다. 손기정기념재단, 한국노총, 한국경총, 서울시, 대한적십자사가 공동 참여하여 동상제막식과 기념회고전 및 사진 전시회를 겸하여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70주년 행사의 가장 큰 의미는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국민의 염원이 담긴 태극기를 단 동상이 2개나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1개는 잠실 올림픽경기장에 서울시가 조성중인 올림픽 스타의 길 시작부분에 설치되 영구보존 될 예정이다. 또다른 동상은 역사의 현장 베를린 스타디움에 설치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70년전 차별받는 민족의 한을 가슴에 안고 통분의 질주에 질주를 거듭하며 우승하여 민족혼을 일깨운 손기정선수.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일장기의 한을 풀어주고 우리민족의 우월성과 자긍심을 되찾자고 감히 제안한다.

얼마전 손기정기념재단에서 중·고등학생 4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9%의 학생들이 손기정선수를 모른다고 답했다. 정신대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영유권 주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외교 문제와 민족적 문제로 눈만 뜨면 속이 뒤집힐 때가 얼마나 많은가.

조국이 없는 슬픈 우승으로 우리 민족의 비극적 역사를 상징하는 그였기에 그의 진정한 민족정신이야말로 사분오열되어 신음하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사회통합 노력의 시작점으로 널리 인용된다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교육현장에서 가정에서 잊었던 손기정을 다시 기억해 보자.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조합운동의 재정립이 절실하다

정규직 중심의 기업단위 노조운동의 오랜 폐해가 양극화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차이, 즉 불균형의 여러가지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 같다.


문제점의 진단과 해결을 위한 처방은 이미 내려졌기 때문에 더이상 여기서는 언급치 않겠다. 하지만 사회통합형 리더십의 확보와 노동운동의 사회공헌활동 강화는 더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사회와 격리된 노동운동은 급격한 힘의 약화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명하게 인식한다면 그 해답은 사회통합의 중심세력으로 서서 사회적 대타협을 능동적으로 도출해내는 리더십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공헌 활동의 강화는 사회적 차이를 줄이는 활동의 시작점이란 것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활동의 하나로서 한국노총은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제패 70주년’ 기념행사에 함께 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아직 남아 있는 또하나의 동상을 베를린에 세우는 데 있다. 베를린 스타디움에 태극기를 단 손기정의 동상을 세운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재정적 어려움은 손기정 선수 베를린올림픽제패 7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 맞닥뜨린 가장 큰 벽이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단 손기정 선수를 베를린에 보내기 위한 운동에 매일노동뉴스 독자들의 많은 도움을 바란다.

(계좌번호 국민은행 593501-01-174289 손기정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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