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기관들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지나치게 수익적 측면만을 강조한 나머지 기관의 설립목적을 크게 훼손하거나 변질시키고 있다고 해놓고 한쪽에서는 임시조직 설립이나 아웃소싱 등을 통해 조직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논리적 모순이다.”(박용석 공공연맹 부위원장)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더라도 안 된다. 연금이라는 게 돈은 적게 들어오는데 나가는 돈은 많다. 수급구조 때문인데 평가에서는 이를 감안하지 않는다. 법을 바꾸는 것은 우리가 아니다”(국민연금관리공단 실무자)

지난 8일 기획예산처가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2005년도 정부산하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설명회’를 열었다. 150석 가량 되는 강당은 빼곡하게 들어찼고 서 있는 사람, 통로에 앉아 있는 사람은 물론 아예 강당밖에도 몇몇이 진을 칠 정도로 열기가 후끈했다. 경영평가를 받는 공공기관들이 얼마나 평가에 목을 메고 있는지 짐작케하는 장면이다.

이 자리에서 평가를 받는 기관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률적인 평가 잣대에 대한 문제 등 평가지표와 관련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박용석 부위원장은 평가를 매개로 한 청탁 등 평가단의 윤리의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기금 운용회사 관계자는 “가중치가 높은 비계량 지표는 각 기관마다 비슷한데 오히려 계량평가에서 차이가 크게 나다보니까 비계량 지표가 무의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영평가를 이끌었던 송희준 경영평가단장(이화여대 교수)도 이를 인정한다. 다만, 2008년 평가를 위한 지표를 만드는 데 이를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공기업은 14개이지만 산하기관은 87개에 달하고 소관부처만 19곳이라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얘기가 틀리지 않다”며 “지표가 87개 기관마다 다르고 계량고 비계량 지표를 합하면 2,700개에 달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송 단장은 “산하기관의 사정에 따라 지표가 바뀌고 법령 개정 이외 요인은 지표에 반영하기 어렵다”며 “불가피하게 외부요인 때문에 가만히 앉아 손해보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그는 “주무부처와 상의해 가면서 하고는 있지만 평가 자체를 사고없이 끝내는데 급급해 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지표를 정하면서 감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평가단은 97개 기관 전체의 평균 점수가 68.95점으로 전년의 68.06점에 비해 0.89점 상승했고 주40시간 근무제 지표를 제외할 경우 실제로는 1.8점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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