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하중근 사망 진상조사단’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망한 하중근 씨는 경찰 소화기에 맞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지난 2일 밤 이뤄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을 진상조사단이 참관한 후 나온 것이다. 국과수는 아직 부검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둥글고 무거운 물체에 맞은게 사인”

국과수의 부검 과정에서 하중근 조합원의 왼쪽 뒤통수 귀 뒤쪽에서 6×3cm 정도의 상처와 목 쪽으로 이어진 10cm 길이의 두개골 골절이 발견됐다. 진상조사단은 “하 조합원의 사인이 알려진 바와 같이 오른쪽 뒤통수에 방패로 찍힌 상처 때문이 아니라, 왼쪽 뒤통수 귀 뒤쪽의 ‘둥근 모양의 무거운 것’에 의한 충격에 의한 것”이라면서 “귀 뒤쪽의 충격으로 반대편에 오른쪽 앞머리에 1cm 크기의 골절과 출혈(대측손상-충격을 받은 부위의 반대쪽에 생기는 상처)이 생겨 사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과수 부검을 참관한 후, 의학적 소견을 발표한 김혁준 녹색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진압봉에 의한 충격의 경우 전체 뇌를 흔들어, 대측손상을 일으킬 정도의 힘을 발생시키기 어려우며, 방패의 경우는 충돌부위에 직선으로 상처가 생기게 된다”면서 “(경찰이 진압현장에서 소화기를 사용한 것을 감안하면) 소화기 또는 소화기에 준하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혁준 과장은 “일반적으로 대측손상은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처부위로 볼 때 넘어지면서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넘어지면서 충격을 받을 경우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뒤통수에 나온 부분에 상처가 생기게 된다는 것. 하 조합원의 경우 왼쪽 뒤통수 귀 뒤쪽에 들어간 부분에 상처가 발생했다.

김 과장은 또한 “사인이 왼쪽 뒤통수에 가해진 충격에 의한 것이라는 소견은 국과수 쪽과 이견이 없었다”면서 “다만, 충격을 준 물체가 뭔지에 대해선 전문가로서 합리적인 추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혼미한 상태에서 집중구타 당했다”

또한 진상조사단은 부검 결과 최소 5대 이상을 구타당했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 △오른 쪽 뒷머리에 날카로운 물체(진상조사단은 방패로 추론하고 있다)에 찍힌 상처 △하 조합원의 직접적인 사인이 된 왼쪽 귀밑 부위의 두개골 골절과 그 충격으로 인한 오른쪽 앞머리의 골절과 출혈 △4, 5번 갈비뼈의 골절 △양쪽 팔의 타박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죽을 만큼 맞았고, 그래서 사망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과장은 “저항한 흔적(손 등의 상처)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하 조합원이 초반에 치명타를 맞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집중구타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진상조사단은, 하 조합원이 부상을 당한 지난 16일 집회 현장 사진을 공개하며, 경찰이 시위대 진압을 시작하며, 소화기를 뿌리는 장면을 공개했다. 또한 집회 현장에 소화기가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하중근 조합원의 사인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같이 방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화기 등 시위진압 용품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그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장비규정 3조에는 “경찰장비는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소화기는 불 끌 때 쓰는 것”

진상조사단은 “소화기는 화재 발생시 화재진화를 위해 사용하는 경찰장구지만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할 때 사용해왔다”면서 “맨손으로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는 상태에서 경찰이 방패, 곤봉, 소화기 등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면서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진상조사단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경북지방경찰청이 진상규명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국가기관이 조사해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대책위는 “포스코 간부에 의해 작성된 언론대책문건을 보면 지역 언론이 실어야 할 기사목록과 기사 발행 시기까지 적시했고, 대부분이 계획된 날짜에 그대로 기사화 됐다”면서 “KBS 포항방송을 비론한 지역언론 간부들이 7월13일 열린 포항시가 마련한 대책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용자와 유착한 언론사 간부들을 조사하고 처벌할 것”과 “포스코의 노조파괴 공작, 경찰의 하중근 조합원 치사 경위 등에 대해 상세 보도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 노동자로서 거듭 사과한다”면서 “대형 광고주에 의존도가 높은 언론의 실태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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