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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은?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 분석>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노사정간 상설논의체인 노사정위원회가 꾸려져 운영된지도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니 96년 노사관계개혁추진위원회(노개위) 이전의 여러 시도들까지 굳이 사회적 대화의 범주에 넣는다면 더 폭은 넓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회적 대화의 시도는 98년 ‘2.6 합의’ 이래 좀처럼 내놓을 만한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그렇다면 사회적 합의가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일까?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은 “한국의 현실에서 사회적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밝힌다. 그는 최근 내놓은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 분석>(사진·한국노동연구원 발간)을 통해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노사정위는 외부적 압력으로 작용”

은수미 연구위원은 우선 대표성을 갖는 조직들의 자발적이고 포괄적인 참여가 이뤄지는 ‘통합성의 원리’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그는 “96년 노개위 이전 전노협 및 민주노총이 부정했고 이것이 물리적 억압이나 정책방향을 통해 드러났다”며 “또 한국노총이 87년 이전에 비해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긴 하나 전노협이나 민주노총에 비해 노동영역의 대표적 지위를 갖지 못해 사회적 대화의 최소조건인 통합성의 원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노개위 이전의 사회적 합의는 ‘유사’ 사회적 합의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통합성의 원리를 충족시킨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는 강한 외부적 압력과 정부의 적극적 태도가 우선적 조건이며 포괄적 의제를 통한 상호주의적 교환의 가능성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1기 노사정위원회의 경우 세계화와 경제위기, 그리고 민주화라는 강력한 외부적 압력의 배경 하에 있었던 점은 시사할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적 압력은 민주화나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특정제도의 존재(유지)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노사정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은 연구위원은 “노사정위가 없었던 시기와 달리 존재하게 될 경우 그것이 미약하나마 외부적 압력이 되는 것”이라며 “노사정위의 기능이 정지돼 버린다면 유사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다시 결성하는 게 쉽지 않으므로 노사정위 폐기보다는 활성화 조건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적극적 태도가 우선 조건”

이와 함께 사회적 협의가 출현해도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사간 상호 신뢰가 취약한 한국의 현실과 강한 국가주의 경험을 갖고 있어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크며 그것이 문화적으로 요구되거나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정부는 (사회적 대화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노개위나 제2, 3기 노사정위의 실패도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란 평가다. 즉 1기 노사정위에서 보여준 정부의 신뢰와 적극적 태도는 2, 3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참여주체의 수준이나 협의 정도가 점점 떠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은 연구위원은 “향후 사회적 협의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어떠한 태도와 정책적 방향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라며 “정부는 일관된 정책방향의 부족, 정부부처간 조율의 실패, 노사간 조율자이자 주도자로서의 정부역량의 취약 등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은 연구위원은 중앙수준의 사회적 협의에 비해 지역수준의 사회적 협의의 상대적 용이성을 지적했다. 그는 “지역수준의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은 중앙수준에서의 노사정 사회적 합의보다 오히려 커 보인다”며 “지역차원의 압력이 항상적인 외부적 요인으로 상존하며 규모가 작기 때문에 노조측의 경우 대표성과 연대성 역시 확보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경영측의 대표성 문제와 정부의 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 연구위원은 “지역 및 업종의 경우 사용자단체가 구성돼 있지 않거나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정하기 때문에 경영의 대표성 확보가 매우 어렵다”며 “정부의 역할 역시 지방정부는 사실상 근로감독이나 갈등중재의 권한이 없어 중앙정부가 적극적이지 않을 때는 사회협약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의 지역·업종수준의 사회협약은 지역·업종수준의 단체교섭 구조가 확보돼 대표성 문제를 극복하는 것과 정부의 태도가 향후 사회협약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윤정 기자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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