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주노총은 7월 13일 17차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조직혁신안 토론자료(안)을 채택하고 조직혁신안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안의 내용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안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의 혁신안은 노동자 민주주의를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

사실 민주노조운동에 만연해 있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 그리고 노동자계급에 대한 신뢰상실 등 민주노총의
위기는 모두 민주노조운동이 지켜왔던 근본적 기치를 망각하고 관료적이고 비민주적으로 변화한 조직구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조직구조는 합법화를 쟁취한 민주노총 시대에 들어서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조합원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당한 요구를 좌절시키면서 유지될 수 있었다. 98년 위원장 직선제를 공약으로 내건 이갑용 집행부의 좌절한 원인은 일부 관료들의 격렬한 저항때문이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혁신은 과감하고 진정성 있게 노동자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역사적 임무를 완수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혁신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의원 제도의 개선과 임원선출에 대한 내용은 노동자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심이 들게 한다.

가령 대의원제도 혁신의 경우, 현행 500명당 1명으로 선출하고 있는 대의원 숫자를 조합원 1000명당 1명씩으로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혁신내용은 밝히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는 조합원들을 의사결정에서 더욱 배제시키고 보다 폐쇄적인 조직구조로 나아갈 것이 명백하다. 게다가 임원선출에서 선거인단 제도는 직선제에 비해 민주적이지 못한 제도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고, 불필요한 선거구 획정이나 2중 선거 등을 통해 더 어려운 난관만을 만들어 낼 것이다.

혁신안 설명회가 전조직적 토론인가?

더욱 문제는 노동자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형식적인 설명회를 진행한 후,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상정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조직혁신안을 전조직적 토론을 위한 자료로 채택한 이상 광범위한 조합원 토론을 조직하여 조직혁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모습은 일부 단위노조 간부, 대표자를 대상으로 안건을 설명하는 설명회로 왜곡되어 있다. 이러한 모습은 상층에서 작성한 비민주적인 내용의 조직혁신안을 설명회라는 요식행사를 진행한 후 처리해버리려고 하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한 낮에 잡혀있는 설명회 일정은 일반 조합원의 참여를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정한 조직혁신을 위해 과감한 노동자민주주의의 실현을 촉구한다

이러한 내용과 의견수렴방식은 민주노총을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퇴보시킬 뿐이다. 참여의 문을 닫고 비민주성을 강화한다면 민주노총은 대중과 유리될 뿐이다. 선거인단 제도처럼 조직 민주주의의 확장을 피하기 위한 모든 시도는 조합원들의 실망만을 가중시킬 것이다.

민주노총의 혁신은 대의원 할당제, 임원 직선제 등 조합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즉각적이고 획기적인 노동자민주주의의 확대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조합원들의 참여를 가로막고 민주노조운동의 가장 기본적 기치인 노동자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민주노총의 조직혁신안과 지금과 같이 형식적으로 진행되어 조합원들의 토론이 없는 의견수렴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공감하며, 보다 진실한 조직혁신과정을 조직해갈 것을 촉구한다.

일부 정파들의 민주노총 독과점 지배를 정당하기 위한 기도를 중단하라

지금 조직혁신안에 대한 일부 종파주의자들의 반응은 민주노총 조직혁신을 대중적, 역사적과제로 여기기보다는 한가하게 조직체계의 변경이나, 선거제도 정도로 보거나 자신들의 유불리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사태는 역으로 민주노총 직선제는 일부 정파들의 독과점체계를 타파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을 가능케 한다. 차기 지도부부터 당장 실시할 수 있는 직선제를 이러저러한 핑계를 들어 연기하고 왜곡하려는 시도는 자신의 영리함이 아니라 어리석음의 증거다. 역사적 흐름에 거스르는 반동적 태도다.

일부에서는 직선제를 실시하면 합의되지 않는 후보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해 결선투표가 불가피하고, 이는 실무적으로 과도한 하중만 줄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문제는 그런 편의적 발상으로 매사를 판단하는 관료적 발상이 조직의 발전과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필자가 속해있는 민주노총 울산본부만 해도 이미 임원 직선제를 별다른 문제없이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울산본부 소속 4만5천 조합원이 직접 선출한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간선제로 뽑은 경우에 비해 질적으로 우월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민주노총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노동자 대중이 자발성을 가지고 스스로 주체로 서는 정치의식의 발전을 통해 가능하다. 그것은 직선으로 뽑힌 위원장을 중심으로 정권과 자본에 대해 비타협적인 투쟁을 전개할 때 가능한 것이다. 관리자들의 억압에서 제대로 큰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현장노동자들의 가슴에서 울리는 소리가 있다. 한판 투쟁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그 외침에 내 귀가 멀 지경이다. 투쟁하지 않고 잔꾀를 부려서 되는 일은 절대 없다. 투쟁의 구심, 민주노총을 회복하기 위한 이 정당한 흐름에 관료적 꼼수를 부리지 마라, 이것은 역사적 임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