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쳐 보름 동안 뇌사상태로 있던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조합원이 끝내 사망했다. 사망시간은 1일 새벽 2시55분경.

하중근 조합원은 지난 7월16일 경찰의 포스코 공권력 투입에 항의하며, 포항 형산강 로터리에서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하 조합원은 포항 동국대병원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보름을 버텼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하중근 조합원은 경북포항에서 1962년 태어났다. 81세 모친이 생존해 있으며, 3명의 형과 3명의 누나를 유가족으로 남겼다.


사인 두고 논란 벌어질 듯

민변 및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지난달 28일, 1차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경찰의 방패로 머리 우측 뒷부분을 가격 당한 충격으로 뇌 우측에 ‘대측손상’이 일어났으며, 출혈성 뇌좌상과 뇌부종으로 뇌사 상태에 이르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1일 성명을 통해 “경찰이 방패로 머리를 공격한 행위는 명백한 살인행위이고, 이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담당 공안검사가 '가족의 동의 없이라도 강제 부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노조는 "노동계 쪽에서 추천하는 의사 1인과 함께 공동 부검을 해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자고 누차에 걸쳐 주장해 왔고 실제 또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강제부검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인 규명과 부검 절차를 두고 한동안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연맹은 “경찰은 ‘구체적 증거’ 운운하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에 급급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빈소 주변에는 감제부검을 막기 위해 노조 조합원들이 모여 있는 상태.

“노무현 대통령 사과, 현장 책임자 처벌”

한편 민주노총과 민중연대, 전농, 참여연대 등이 함께 ‘폭력살인 정권 규탄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건설노동자 하중근 열사 대책위원회’가 1일 구성됐다. 열사대책위는 △현장 지휘관 및 경찰청장 퇴진 등 책임자 처벌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건설노조 탄압 중단 △유가족에 대한 보상과 배상 등을 요구사항으로 결정했다.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일부터 상경투쟁을 시작해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포스코 센터, 광화문, 대검찰청 등에서 집회와 선전전을 벌일 예정이다.

두 농민 죽음의 경우
죽은 자는 있으나, 처벌받은 자 없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대한 경찰진압과정에서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농민의 사건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이번 하중근 조합원의 죽음에 대한 책임공방도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용철, 홍덕표 농민은 각각 머리와 목에 부상을 입고 사망했다. 국가인권위는 두 농민의 사망원인을 경찰의 과잉진압인 것으로 인정했다.


이후 허준영 경찰청장과 이기묵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사직서를 냈고, 현장 지휘관이었던 이종우 기동단장이 직위해제 됐다. 그러나 이 전 기동단장은 5개월만에 강원경찰청 차장으로 부임했다. 진압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가 인정돼 처벌받은 경찰은 없다. 사망자들을 폭행한 경찰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의 죽음에 대한 배상책임을 묻기 위해 국가를 상태로 소송을 제기해 둔 상태다. 농민회 관계자는 “사망자가 둘이나 나온 사건임에도 처벌 받은 사람이 없는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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