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자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병원 사업장에서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10곳 중 3곳에 불과해 형편없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홍명옥)가 지난 6월부터 두달 간 산하 병원 111개를 대상으로 ‘직장보육시설 현황’을 조사한 결과, 30.6%(34곳)만 직장보육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보육시설 의무설치 대상 사업장인데도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병원은 모두 14곳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5개 병원은 보육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나, 9개 병원은 보육수당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유아보육법 등 현행 법에서는 상시 여성노동자 300인 이상 혹은 상시 남녀노동자 500인 이상 사업장은 직장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현행법이 보육시설을 의무사항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강제조항이 없어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제도 개선을 통해 300인 이하 사업장에도 보육시설 설치를 제도화하고, 300인 이하 사업장이 단독으로 보육시설을 운영하지 못할 경우에는 지역별로 묶어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하도록 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보육시설이 있는 34개 병원 중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이 7곳, 나머지 27개 병원은 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부분 병원이 보육시설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직장보육시설을 오전 7시에서 밤 11시30분까지 운영하는 곳이 7개 병원에 불과하며 나머지 병원은 오전 7시에서 저녁 7시까지 통상근무자들 위주로 운영함에 따라 교대 근무자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병원 특성별 직장보육시설 현황을 보면, 특수목적공공병원인 보훈병원과 원자력의학원은 보육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는 반면, 대한적십자사와 의료복지기관인 삼육재활센터는 보육시설이 전혀 없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에서 ‘직장보육시설 설치 운영 및 부지비용과 설치비 전액, 운영비의 80% 이상 보조’를 요구하고 있다. 병원 사용자는 이에 대해 ‘영유아보육법을 성실히 준수한다’는 입장만을 표명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한편, 앞서 지난 26일 노동부가 발표한 직장보육시설 설치 현황을 보면, 올 6월말 현재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했거나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등 직장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장은 183곳으로, 의무대상 사업장 가운데 3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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