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이후 빚어진 파행국면에는 정부측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노사정위 주최의 '한·독 사회합의제도의 현황과 발전방향' 국제심포지움에서 선한승 노사정위 수석전문위원은 이같이 밝혔다.

선 위원은 "정부가 노사정 3자협의기구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노사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국정운영철학을 내세웠지만 행정부는 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대타협을 통해 합의된 실업자 초기업단위노조 가입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중요한 노동관련 정책결정과정에서도 노사정위의 협의절차 없이 발표되기 일쑤"라고 밝혔다. 11월3일 발표한 52개 기업 퇴출 조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단 한번의 협의도 없이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예민한 사항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것.

이어 선 위원은 "노동계 파업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노동시간단축 등 현안과제를 후유증 없이 해결하는 길은 노사정위 밖에 없다"며 "의약분업 사태를 겪었듯이 아무리 좋은 사회제도라고 해도 이해당사자간 합의 없이는 엄청난 사회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사회적 협의체제 불안정성의 근본원인은 노사단체를 사회적 협의체제에 묶어 둘만한 확실한 인센티브시스템과 신뢰체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최 부원장은 "1, 2차 노동개혁은 안정적인 타협구조의 정착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 않았고 이를 위한 어떤 계획도 제시된 바 없다"며 "내년 2월 이후 3차 노동개혁이 새롭게 추진되어야 하며 이번에는 노사관계를 안정적인 타협구조로 전환시키는 제도개혁이 중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럴 때만이 기업 경쟁력 강화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독일 브레멘대의 Rudolf Hickel박사와 Heiner Heseler박사는 이날 "지난 98년 사회당과 녹색당 연립정권 출범이후 노동분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일자리를 위한 연대'를 발족시킨 점"이라며 "그러나 합의내용이 구체적인 정책이 아니라 노사정간 의향을 확인하는 수준이어서 각기 해석을 달리하고 있고 노동계의 경우 고용창출을 위한 획기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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