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농성이 9일만에 막을 내렸지만,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건설현장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병폐가 하나도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도 정부, 즉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와 노동부의 공조 속에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실질적 교섭' 주선해야

정부는 포항건설노조의 농성해산 전부터 입버릇처럼 "자진해산 하면 교섭을 주선하겠지만 자진해산 전엔 원칙없는 교섭 주선은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강경대응과 언론의 빗발친 비난으로 노조는 혼란 속에 자진해산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조합원 1,700여명이 다시 결집하고 23일 비상대책위 구성을 완료키로 하는 등 빠르게 조직을 추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실질적인' 교섭 주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지난 22일 포항을 찾아 기자간담회에서 "노사가 교섭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측면지원 하겠다"며 "건설노조가 곧 비대위를 구성하면 노사교섭을 통한 해결책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섭 주선 차원에서 머물 게 아니라 실질적인 교섭이 되도록 정부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난 교섭에서 쟁점이 됐던 주5일제 도입에 따른 임금보전, 대체인력 투입 의혹 및 관련 제도 개선,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300명 해고건, 뇌사 판정을 받은 하중근 조합원 문제 등 현안은 물론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과 사업주 처벌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노사간 교섭 이외에도 정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한 사항들이다.

뿌리깊은 다단계 하도급 개선해야

정부는 이번 점거농성 중 시종일관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은 제3자"라며 "교섭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무시한 발언이다. 건설산업연맹에 따르면, 포스코 건설현장 역시 '포스코(발주처)-포스코건설(원청)-전문건설업체(하청)-다단계도급-건설노동자'의 전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갖추고 있다.

포스코가 설계가 73%선에서 발주하면 포스코건설은 20%이상을 삭감해 공사금액을 재산정한 뒤 다시 그것의 82% 가액에 저가하도급을 주고 있어 전문건설업체들은 지불능력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건설산업연맹은 "포스코는 포스코건설 뿐만 아니라 직접 하청 전문건설업체에게 발주하는 원청이 되기도 한다"며 "또한 포스코건설을 통해 발주하는 경우에도 도급단가 결정, 현장출입, 하청전문건설업체 관리 등 원청과 동일하며 유일무이한 지위를 갖고 있다"며 포스코가 '실질적 사용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정부가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경우는 건설업체의 '직접시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시급히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교통부는 올해부터 공사금액이 30억미만인 경우 30%는 직접시공을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직접시공제를 도입했지만 이는 터무니없이 작은 규모다.

이와 함께 포스코의 경우는 기계 플랜트는 지난해 다단계 도급을 단협으로 금지했지만 목공 철공은 불법하도급이 여전히 만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단협으로 막았어도 기계 플랜트 보온직종은 지난해 불법 다단계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근절'이 시급하다.

건교부-노동부 공조 속에 해법 마련해야

실제 정부는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잇따라 밝히고 나섰다. 이상수 장관은 22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8월초쯤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나올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원하도급 관계라서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건설노동자들이 십장(오야지)을 거치지 않고 일일직업센터를 활성화시켜 전문건설업체와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건설교통부도 23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10월중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시공참여자제도를 폐지해 편법적 하도급을 방지하겠다는 것. 시공참여자제도는 그동안 건설업체가 오야지나 십장에게 노동자를 고용해 시공토록 해 불법으로 재하도급을 주고 임금체불과 산재은폐의 주범으로 꼽혔던 것으로 이번에 폐지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법 하도급 근절에는 일정한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높다. 때문에 불법 하도급 사업주에 대한 면허취소, 영업정지 등 강력한 처벌을 통해 '근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건교부와 노동부의 두 주무부처의 공조 속에서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관련 협의구조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주5일제, 다단계 하도급, 외국인력 문제 등 건설현장에서의 현안은 어느 한 부처에서 해결할 수 없는 반드시 두 부처가 함께 제도개선을 이뤄내야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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