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원장추천위원회가 추가공모 기간까지 잡아 차기 심평원장 후보를 공개모집했으나 전체 응모자가 단 3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보건복지부의 심평원장 사전 내정설이 악영향을 미쳐 ‘무늬만 공모’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심평원의 차기 원장 (1차)공모는 당초 지난달 10일~23일 실시됐으나 단 2명만 응모하는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원장추천위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3배수를 추천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후보가 3명은 되어야 하는 상황. 이 때문에 원장추천위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추가공모를 실시했고, 마지막 날인 지난 7일 1명만 추가로 응모해 겨우 3명이라는 구색만 갖추게 됐다.

이와 관련, 보건의료계 안팎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내정한 인사가 1차 공모에 응모했기 때문에 다른 인사들이 응모를 기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들러리 설 것이 뻔한데 뭐 하러 어렵게 공모에 참가하겠느냐는 것.

보건복지부의 산하기관 지배개입 의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전국사회보험노조 진낙천 정책실장은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의 자문교수인 서울대보건대학원 김아무개 교수가 차기 심평원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이 입소문과 여러 매체를 통해 이 좁은 업계에 쫙 퍼진 상황”이라며 “추가공모를 했는데도 겨우 3명만 응모한 것은 보건복지부의 낙하산 인사에 들러리는 서기 싫다는 반발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이번 공모에 보건복지부 출신 인사마저 아무도 참가하지 않은 것 또한 내정설의 여파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심평원장 공모와는 대조적이게도 지난 5일 마감된 업무, 개발, 관리부문 상임이사 공모에 전체 11명이 서류를 낸 것도 마찬가지.

문제는 보건복지부의 내정설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평원보다 규모나 사회적 비중이 훨씬 큰 국민건강보험공단 차기 이사장까지 내정설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평원장 공모 결과는 물론 앞으로 진행될 후보자 심사와 장관의 제청, 대통령의 임명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결정 과정의 시금석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국사회보험노조가 심평원장 공모를 주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차기 기관장추천위 구성 단계부터 공히 개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추천위의 공익위원 4명을 전부 보건복지부 공무원으로 채우려고 시도해 공단 이사회와 두달 동안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앞서 구성된 심평원장 추천위의 공익위원이 모두 보건복지부 공무원으로 구성되었음이 드러났다. 이 두 기관은 기관장추천위 구성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제때 기관장 추천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 기관장이 공석이다. 또 다른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관리공단 역시 이사장추천위 공익위원 전원이 보건복지부 공무원이다.

이런 보건복지부의 행태는 노동부나 문광부, 행자부 등 타 부서의 산하기관 기관장추천위 구성과 비교하면 유별난 집착이다. 보건복지부처럼 자기 부서 공무원으로 공익위원을 독식하는 곳은 없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행태는 기관장추천위 정수의 과반수를 민간위원으로 구성케 해 최소한의 자율성을 보장한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기획예산처의 지적이기도 하다.

유재길 사회보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사장추천위부터 장악해서 낙하산 인사를 하겠다는 의도를 보건복지부가 확실히 드러냈는데 이것은 공단 인사와 사업 등 모든 영역에 공공연히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파업과 연계시켜서라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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