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공무원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리는 서울역 광장에 도착하자, 공무원노조 상근자들이 인사에 앞서 준 것을 붉은 띠였다.

“행정자치부나 기관쪽에서 사진채증을 할 까 우려된다. 붉은띠를 팔목에 묶고 있으면, 안전하게 취재를 할 수 있다.”

이들의 행동은 정세상 '오버’가 아니었다. 5일 이용섭 행자부 장관은 각 시도의 부단체장을 모아 두고 ‘복무점검’ 강화를 강조했다. 주동자 중징계를 호언했다. 또한 참가를 확인하기 위해 채증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서울역 앞 집회는 평화적으로 끝났고, 서울역에서 광화문으로 행진하는 동안은 경찰이 안전한 행진로를 확보해 주었다. 길을 안내하고, 신호등을 잡아주며, 공무원 노동자들의 행진을 도왔다. 경찰청은 행정자치부에 속한 기관이다.

서울역 집회 참가자의 95%는 공무원노동자였다. 깃발을 봐도, 펼침막에 써진 글씨를 봐도 공무원들이 하는 집회라는 것은 너무나 명확했다. 한 노조 간부는 “경찰에 감사한다는 논평이라도 내야겠다”며 농담을 했다.

노조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달 전부터 각 지역조직을 독려하고 점검했다. 행자부는 이에 대해 ‘참가금지’와 ‘중징계’를 명했다.

이제 행자부는 스스로의 호언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참가를 확인하고, 그의 위법성을 입증해 징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명백히 참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2004년 파업에 따른 징계의 경우도, 행정자치부가 파면·해임하라고 지침 내린 사람의 상당수가 복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는 당시 무리한 파업 징계에 따른 손실비용을 88억원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행자부 장관이 부단체장을 모았던 5일, 공무원노조의 한 간부는 “맨날 하는 일”이라고 신경쓰지 않았다. 국가 행정력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아니 말할 수 없다. ‘정확히 파악해 정확히 징계하라’는 말이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호언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말하던 나폴레옹이 죽은 지 180년이 지났다. “하면 된다”고 일갈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도 비명횡사한 지 오래다.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파악이 ‘권력의 권위’를 세울 전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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